작은 나눔, 큰 기쁨…고향이 살아납니다
하나둘 줄 잇는 ‘아름다운 발길’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고향사랑기부제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 연예인, 스포츠스타, 직장인, 주부 등 직업군을 가리지 않고 앞다퉈 기부 행렬에 나서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자체(광역·기초)에 기부하면 해당 지자체는 기부금으로 고향사랑기금을 조성해 주민복리 증진, 지역 인재 양성 등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면 마포구를 제외한 다른 기초 지자체나 서울을 제외한 다른 광역 지자체에 기부 가능하다.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 가능하며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 특산품 등 답례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기부금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되고 초과분도 16.5%를 세액공제받는다.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를 바탕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미성년자도 고향사랑기부에 동참할 수 있지만 답례품 선정 과정에서 와인·증류주 등 성인 인증이 필요한 상품은 제공받을 수 없다. 고향사랑이음 누리집을 통해 기부금 기탁부터 답례품 선택까지 한 번에 신청할 수 있으며, 전국 농협에서도 기부금 접수가 가능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도와 유사하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고향납세제를 도입한 일본은 지방재정이 2008년 865억원에서 2020년 7조1486억원으로 83배 증가하면서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고액기부자 A씨는 “지역 청년의 수도권 유출과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등으로 지역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고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기부를 했다”면서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을 통해 충남이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B씨는 “고향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더 좋은 환경과 여건 속에서 생활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부했다”며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들의 기부금 유치 경쟁 또한 치열하다. 열악한 지방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기부금이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소리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답례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자체는 답례품은 제도 정착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답례품 심의·선정 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차례 회의를 통해 확정했다. 몇몇 지자체는 유명 출향 인사들을 섭외하며 한참 앞서나가고 있다. BTS의 제이홉은 광주 북구, 손흥민은 강원 춘천, 나영석 PD는 충북에서 기부에 참여하는 등 제도 정착을 위해 힘을 더하고 있다.
지자체별 1호 기부자도 속속 공개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충북 음성군 1호 기부자로 등록됐다. 배우 이정길씨는 경북도에 500만원을 기부해 경북 1호 기부자가 됐다. 전남도 1호 기부자는 해남 출신 3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지자체 간 기부 품앗이도 생겼다.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은 결연도시인 충북 제천시와 전북 부안군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정영철 충북 영동군수는 자매도시인 경기 오산시와 인천시 남동구에 각각 100만원씩 기부했다. 걸그룹 러블리즈 출신 가수 겸 방송인 미주씨(본명 이미주)는 지난 2일 옥천군에 500만원을 기부해 고향사랑기부제 1호 기부자가 됐다. 충주 출신 방송인 조영구씨는 지난 6일 연예인 1호로 100만원을 기부하며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했다. 탤런트 현석씨도 제주도 1호 기부자가 됐다.
부부끼리, 연인끼리 상대방 고향에 기부해 오붓한 사랑을 재확인 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는 기부금으로 고향사랑기금을 조성해 취약계층 및 청소년 지원 등 주민 복리 증진과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사업, 시민참여·자원봉사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최병태 기획위원 cbt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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