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안 정국’…국정원 존재감 과시, 검찰 공안통도 가세

장나래 2023. 1. 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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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경찰은 18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와 활동가 4명이 2016~2019년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 교류한 정황을 포착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국정원과 경찰청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대상자 4명은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실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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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법 개정에 대공수사권 내년 경찰로 이관
수사권 지키기 ‘의구심’…검찰도 공안몰이 발맞춰
18일 저녁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총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나선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철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18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와 활동가 4명이 2016~2019년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 교류한 정황을 포착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공작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민주노총이 연루된 ‘공안 정국’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검찰도 최근 공안 사건 담당 부서의 ‘덩치’를 키우면서 공안몰이에 발을 맞추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정원과 경찰청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대상자 4명은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실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간부 사무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을 지낸 기아자동차지부 소속 조합원의 자택, 제주시 봉개동의 평화쉼터에 국정원과 경찰 수사관 등이 나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평화쉼터 대표도 과거 금속노조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2016~2019년 캄보디아와 베트남, 중국 등 외국에서 각자 또는 함께 북한 공작원과 만나 교류한(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들이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대남 공작 조직인 북한 문화교류국 관계자들을 만나고,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과 경찰은 이들이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이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조직된 민중자주통일전위(통일전위)와 제주의 ‘ㅎㄱㅎ’ 단체의 이적 활동 의혹을 수사하는 사건과는 별건이다.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도 공안 정국 조성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창원지검 등이 맡고 있던 통일전위 사건 수사 지휘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에 넘기면서, 대검 연구관을 파견하는 등 수사력을 보강한 바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사실상 마무리한 전국 검찰청의 공안 수석부서에 대규모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배당하자 공안몰이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민주노총 관련 사건도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가 영장을 청구하고, 사건을 지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은 과거부터 서울중앙지검과 함께 공안사건을 주요하게 다뤄온 검찰청이다. 또 이 사건을 지휘하는 정원두 부장검사는 이희동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과 함께 검찰 내에서 국가보안법 사건 경험이 많은 ‘공안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공안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수원지검은 전통적으로 공안 사건에 강세를 보였던 곳이다. 특히 각 사건을 맡고 있는 부장검사들이 내로라하는 공안 전문가인 만큼 서울중앙지검과 각각 사건을 맡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한동안 뜸하던 국정원이 잇따라 공안 사건 수사에 나서자 경찰에 이관하기로 한 대공수사권을 ‘회수’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뒷말이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내년 1월1일부터 국정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넘어가는데, ‘대공수사는 국정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대공수사 조직을 강화하며 수사권 이관 준비를 해온 경찰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어느 때보다 수사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데는 내년이면 이관되는 대공수사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얘기가 경찰 내부에서도 많이 들린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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