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유학 중인 딸 "살려줘" 전화‥보이스피싱범 마지막 말은
[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김세영 기자입니다.
닷새 전 저녁, 서울 강남 한복판인 이곳에서 한 50대 남성이 거액의 현금을 누군가에게 건넸습니다.
이 남성은 캐나다에 유학 보낸 딸의 전화번호로 걸려온 "살려달라"는 전화를 받은 상황이었는데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지하철 몽촌토성역 근처의 한 편의점.
중년의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주인에게 뭔가 묻더니 어딘가로 향합니다.
남성이 들고 온 건 차량에 연결할 수 있는 휴대전화 충전기였습니다.
계산하자마자 곧바로 포장을 뜯는 모습이 급해보였다고 합니다.
[편의점 관계자] "보통 충전기 사면 그냥 사서 나가시는데, 여기서 막 뜯어서 넣고 그랬다고… 바쁘신 것 같이 보였다…"
당시 남성은 전화로 협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1시간 전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16살 딸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울면서 막 흐느끼면서, '아빠 지금 어떤 남자가 내 방 안에 있어. 총 들고서 나를 위협하고 있어. 무서워' 울고 있는데, 그 남자가 전화를 딱 받더니 '나는 돈이 목적이다'…"
'강아지'라고 휴대폰에 저장한 이름까지 같아 다른 의심을 하지 못했습니다.
협박범은 절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고, 배터리가 없다고 하자 충전을 지시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그때 통화를 끊지 못하게 했으니까 신고 전화는 할 수 없었는데, 그리고 또 만약에 신고했다가 얘가 알아버리면 해코지를 할까 봐…"
협박범의 실제 목소리입니다.
[협박범] "몽촌토성역 2번 출구 앞에 서 계시면 돼요. 내가 보낸 애가 도착했거든? 가서 걔네한테 800 주고, 아저씨 옆에 와서 콜록콜록할 거예요. <애 좀 한 번 통화하면 안 될까요?> 끝나지 않았잖아."
약 2백미터 떨어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은 피해자는 기다리던 현금수거책에게 현금을 담은 쇼핑백을 건넸습니다.
이렇게 몽촌토성역 근처에서만 현금 1,350만 원을 빼앗겼습니다.
다음 협박은 고가의 금을 사라는 거였습니다.
[협박범] "OO백화점 11층, OO금거래소라고 있어요. 금 파는데 거기 가서 신용카드로 한도 되는 만큼 긁어서 골드바 사줘요."
일말의 의심도 없애려는 듯, 딸을 바꿔달라는 요청에 응하기도 했습니다.
[협박범] "<애 좀 안정시키고 통화 좀 하면 안 될까요?> 네 바꿔줄게요. 야 이리 와봐. <여보세요.> (딸: 어…) <걱정하지 마. 아빠가 지금 처리하고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무서워 무서워.)"
결국 협박대로 920만 원짜리 금을 샀는데, 이때도 전화가 끊어지지 않게 해야 했습니다.
피해자는 길가에 차량을 세워두고 휴대전화를 차량 충전기에 꽂아둔 채 금괴를 사러 들어갔습니다.
협박범의 요구는 갈수록 대범해졌습니다.
[협박범] "집에 가서 집사람 체크카드하고 신용카드 챙기고 집에 있는 다른 신용카드 챙겨서 나와서 나머지도 (현금을) 찾으세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오케이?"
망설이는 피해자를 향해 딸을 성폭행할 수 있다는 협박도 했습니다.
[협박범] "지금 애가 몇 살이야. 이제 열여섯? 성인 안 됐죠 아직."
결국 피해자는 추가로 천만 원을 인출했고, 지인에게 7백만 원까지 더 빌려 각각 강남역과 삼성역에서 협박범이 지정한 흰색 점퍼를 입은 사람에게 돈을 전했습니다.
협박범의 지시로 강남 일대 5곳을 다니며 3시간 동안 3,970만 원을 빼앗긴 겁니다.
[협박범] "오늘 수고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아. 잘 쓸게요. 건강하고 안전한 것에 감사하고 잘 사세요."
그제서야 경찰서에 간 남성, 보이스피싱은 생각도 못한 채 강도라고 신고했는데, 딸과 통화가 이뤄진 뒤에야 전말을 알게 됐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이스피싱이라고 얘길 하는데도 제가 믿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애하고 통화가 되고 나서야 알았고… 후유증이 너무 큰 거에요. 후회감과 분노가 너무 심해서…"
해외 유학생과 가족들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은 유학원 정보가 해킹됐을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여도 돈을 요구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세영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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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남은주
김세영 기자(threezer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46923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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