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점에 마구잡이 매입…정책이 시장에 기름 부었다

정반석, 안상우 기자 2023. 1. 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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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낸 '뒷북' 대책, 피해 막을까

<앵커>

전세 사기 사건 단독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저희 취재진이 준비한 소식입니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으면서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대체 언제부터 그 많은 집을 사들였는지 저희가 자세히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이들은 지난 2017년 정부가 내놨던 임대사업자 정책의 허점을 악용해서 집을 빠르게 늘려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정반석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정반석 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과 함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주택 100채 이상 악성 임대인 49명의 주택 매입 시기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악성 임대인들의 주택 매입량은 2017년 550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 1천300여 채로 배 이상 늘었고 2020년에는 4천100여 채로 3년 전의 7배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임대사업자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2017년 이후 급상승했는데,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으로 보유 비용이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간임대사업자들의 전체 매입량도 2017년 16만 채에서 2018년 29만 채로 큰 폭으로 늘다가 일부 혜택이 줄어들자, 이후에는 다시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악성 임대인들이 주택을 계속 늘려간 건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져 빌라 수요가 급증한 부분, 그리고 매매자금 대출은 막고 전세자금 대출을 크게 확대한 것 등이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조정흔/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 : 업자들이 아예 조직적으로 붙어서 빌라를 지어놔도 분양이 안 되거나 전세가 안 나갈 염려가 없으니까. 전세자금대출이 수요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이 없는 사업이 돼버린 거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반환보증제도에서 공시가의 150%까지 주택가격으로 보증해준 점도 허점으로 지적됩니다.

이를 악용해 시세가 불분명한 신축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시세보다 높여 받았습니다.

[김진유/한국주택학회장 : 세입자들에 대한 전세보증보험이 좀 더 빡빡하게 운영이 됐어야 하는데, 세입자 보호를 명목으로 해서 이걸 너무 열어놨던 게 악용된 측면이 강합니다.]

또 2020년 7월, 정부가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할 때 빌라는 그대로 둔 것도 문제로, 이후 빌라로 매매가 집중됐습니다.

매달 200여 채를 사들이던 악성 임대인들은 정책 발표 후 몇 달간 매달 500여 채를 사들였습니다.

[김진유/한국주택학회장 : 풍선 효과죠. 비아파트는 시세가 불투명하고 불분명하기 때문에 속이기가 쉽습니다. 그러니까 이쪽으로 많이 넘어간 거죠. 세입자 보호라든지 이런 대의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니까 막을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겁니다.]

정책 부작용을 제대로 살피고 보완하지 못해, 세입자를 위한 정책들이 수많은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임찬혁·조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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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는 전세 사기의 배후 세력까지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집주인이 세입자 몰래 대출하는 걸 막고, 또 집주인이 세금 밀린 게 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걸로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이 부분은 안상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안상우 기자>

SBS가 실체를 보도한 '2400 조직'.

이 가운데 구속된 전세 사기범 3명을 대신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내준 보증금은 900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회수 금액은 7억 원, 0.7%에 불과합니다.

보유세 감면, 보증보험 가입 확대 등 임대사업자 양성화 정책들을 전세 사기 일당이 악용하는 동안 이를 감독할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김진유/한국주택학회장 : 5채 이렇게 임대하는 사업자와 100채, 1,000채를 임대하는 사업자는 전혀 성격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아무런 규정들이 없었던 거죠. 이를테면 재원이 어떻게 되느냐….]

정부가 쏟아낸 전세 사기 대책도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미봉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는 1%대 저금리로 최대 1억 6천만 원까지 대출해주기로 했지만, 이미 사기당한 전셋집은 그대로 두고 새집에 세입자로 들어가야 받을 수 있습니다.

[A 씨/전세 사기 피해자 : 대출 지원이 나온다지만 신규 주택을 임차하는 경우에만 적용이 된다든지 하는 것들은 저희 입장에서는 그냥 그림의 떡이거든요.]

또 계약 이전에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와 함께 보증 사고 이력 등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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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정반석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정부 정책이 문제였나?

[정반석 기자 : 공급을 늘리고 보증을 의무화하는 게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려는 좋은 취지의 정책들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잘못된 타이밍에 쓰이게 되면 부작용을 낳고 악용되기 쉽다는 겁니다. 2017년에 이미 집값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시점에 민간임대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 부분, 그리고 2020년에 빌라는 빼고 아파트만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한 것, 그리고 공시가는 현실화시키면서 보증 비율을 그대로 둬서 역전세 현상을 방치한 것, 모두 시장의 상황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정책 대응이 기민하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Q. 정부 정책의 허점은?

[정반석 기자 : 이틀 전 저희는 또 전세 사기 조직이 2400이라는 번호를 돌려쓰면서 HUG의 보증을 받아냈다고 저희는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HUG는 "변경이 쉬운 전화번호가 아닌 임대인의 이름 등으로 식별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런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전세 사기 조직이 새로운 이름의 공범을 끌어들여서 같은 번호로 계속 사기를 쳐도 걸러낼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대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촘촘하게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 다주택자,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대거 풀었는데, 이것도 언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겠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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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석, 안상우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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