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지속성 무시한 채 폭주하는 윤석열 교육 열차
[왜냐면] 이병호 | 남북교육연구소 소장·교육학 박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로마 공화정 시절, 개선식을 하는 장군에게 노예가 ‘승리만 만끽하지 말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겸손·자중하라’는 의미로 사용했다는 말이다.
지난 1월5일 ‘정부 새해 업무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문화 정책 방향에 대해 “‘자유와 창의’가 충분히 보장돼야 교육·문화는 성장한다”고 했다. 또 1월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동·교육·연금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새해 업무보고에서 “우리 사회는 지역 소멸, 사회적 양극화, 기술패권 경쟁 등에 직면하고 있어 교육이 이런 난제 해결에 실마리가 되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교육이 공정한 출발을 보장하고 가정의 교육·돌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도 했다. 나아가 “대학 규제 혁신과 구조 개혁, 정부 주도 획일적 평가 폐지 등의 교육개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주호 장관이 보고한 새해 업무계획을 보면, 유보(유아교육과 어린이집 보육) 통합과 정부의 대학 평가 금지 등 긍정적 내용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우려되는 점이 더 많다. 특히 방향과 속도 면에서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구 개발하고 윤석열 정부가 수정·확정 고시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교육목표가 근시안적이고 국가나 개인 중심의 이기적·소아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교육목표가 국가 발전과 개인뿐만 아니라 지구촌 시대에 온 국민과 ‘한반도 시민’, 인류 등 세계의 평화와 공존·통합 등 장기적 지속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매우 부족했다.
한국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대표적 문제점으로 △세계 1위의 초저출산율 △극심한 사회 양극화 △남북 분단 지속에 따른 전쟁 발발 가능성 △지역 소멸 등을 들 수 있다. 또 지구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구 기후 위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할 때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은 연구 시안 그대로 고시됐다고 하더라도 미흡한 상태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교육 열차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1987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이후 남북정상회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가동,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 참가 등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의 관계 진전을 전혀 담지 못하거나 담지 않고 있는 현행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추가한 것을 들 수 있다.
둘째, 심각한 사회 양극화 극복을 위한 △노동 △생태 전환 △양성평등 △민주시민 교육 △평화통일 교육 등 주요 교육과제를 확대하거나 활성화하지 않고 축소·약화·삭제한 것을 들 수 있다.
셋째,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3대 민주화 운동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국가교육과정에 누락시켜 고시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앞으로 교과서 집필기준을 통해 강화하겠다고 하나 이는 국가교육과정 기준을 근거로 개발하는 교과서 집필기준의 성격과 역할·기능의 차이점을 간과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매우 힘겹게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여야 대표들과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합창했던 모습과도 모순되는 처사다.
‘늦을 때가 가장 빠를 때’란 말이 있다. 국가 교육과정이나 교육개혁에 문제점이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 국가교육과정의 개정은 연구진의 연구와 협의를 기초로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수정 고시하면 된다. 또 최근 계속 보도되고 있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교육전문대학원 설립 △‘차터스쿨’(정부 예산을 받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공립학교)형 협약형 공립고 등의 문제도 이주호 장관이 새해 업무계획에서 ‘지역 소멸과 사회 양극화 해소’를 강조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윤석열 교육 열차’의 기관사인 이주호 장관은 5천만 한국인과 8천만 ‘한반도 시민’이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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