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특수통에 윤 대통령 측근이 국수본부장이 된다면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 공개 모집에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지원했다. 장경석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최인석 전 강원 화천경찰서장 등도 공모에 이름을 올렸다. 경찰청은 이들 3명을 상대로 직무수행 능력 등을 종합 평가해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윤희근 경찰청장이 후보자 1명을 추천하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거쳐 내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용할 예정이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내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낸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이던 2011년 정 변호사는 대검 부대변인으로 활동했고, 2018년에는 지검장과 인권감독관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정 변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2021년 탄생한 국수본은 최대 규모의 수사조직이다. 한국판 연방수사국(FBI)이라 불린다. 1년 뒤에는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는 대공수사권도 넘겨받는다. 수사기관의 생명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한 장관의 연수원 동기인 정 변호사가 국수본 수장이 되겠다고 지원한 것 자체가 의심된다. 정 변호사는 2021년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변호인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은 수사력 강화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경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경찰의 이태원 참사 수사가 이상민 장관 등 윗선에 면죄부만 주고 끝난 것은 수사력 부족이 아니라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수사하지 못한 탓이 크다. 윤 대통령이 시종 이 장관을 감싸고 도는데 경찰이 어떻게 엄정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국수본부장까지 윤 대통령 측근인 전직 검사가 임명된다면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검찰이 경찰을 수직적으로 지휘·통제하고, 경찰의 각종 정보가 검찰에 유출되는 등의 폐해가 일어날 것이 명약관화하다. 남구준 초대 국수본부장 임기는 내달 25일 만료된다. 윤희근 청장은 국수본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하고, 윤 대통령도 국수본부장 임명 시 이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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