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7/김주하의 '그런데'] '15분 빨라진 버스' 왜 씁쓸할까
'다음은 종로 5가입니다. 종로 5가 내리실 분 미리 앞으로 나오세요.'
양 갈래머리의 앳된 여성이 사람들을 버스 안으로 밀어 넣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오라이'를 외치던 모습. 그 시절을 살았던 분이라면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녀들은 새벽 4시쯤 첫차에 올라 동트기 전 일감을 얻기 위해 인력시장으로 향하는 이들을 실어 날랐죠.
1989년 버스 안내양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새벽 버스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서울 상계동에서 강남역 구간으로 새벽 3시 50분, 3시 55분, 4시 이렇게 3번만 운행하는 새벽 전용 버스 8146번이 그제 첫 운행을 시작했죠.
새벽 전용 버스가 생긴 이유는 그동안 서울 시내버스 노선 중 유일하게 새벽 4시5분. 가장 빠른 시각에 출발하는 146번 버스의 첫차 승객이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석 대가 출발하지만 모두가 꽉 차거든요.
승객 대부분이 강남 쪽 빌딩에서 청소나 경비를 맡고 있는 50대에서 70대 노동자들인데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마치려면 새벽은 늘 시간과의 전쟁입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음박질하기 일쑤죠.
그런데 이 문제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해결해 줬습니다. 새해 첫 근무일인 지난 2일 146번 첫 차에 올라 버스 출발 시각을 앞당겨 달라는 승객들의 애환을 듣고 불과 14일 만에 오세훈 시장까지 합력해 146번과 노선은 같지만 첫차 출발시간이 15분 빠른 버스가 생긴 겁니다.
그런데 씁쓸함이 남죠. 시민들이 이런 고생을 했던 건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민원도 수없이 제기했었고요. 비록 정의당이 "더 많은 노동자가 과로하게 된다"며 반대해왔다고는 하나 꼭 높으신 분 귀에 들어가야만 서민의 애환이 해결되는 걸까요.
우리가 진짜 보고 싶은 건 권력자의 힘이 아닙니다. 매일 버스에 실려 파김치가 되는 한 사람 그 누군가의 목소리를 일선 공무원들이 듣고 정책에 반영해 주는 나라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15분 빨라진 버스' 왜 씁쓸할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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