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지켜야 할 한마디, 역지사지…그러나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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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사옥을 지은 회사의 사장이 그림을 잘 그리기로 소문난 화가에게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둘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을 그려오라고 당신에게 말했는데, 어떻게 이 추하고 늙어빠진 노인의 모습을 그려왔습니까?" 사장의 불평에 화가는 조용히 답을 했다.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게 될 사무실에 그림을 걸어둘 사장으로서는 화가가 자기 아버지를 어떻게 보느냐는 고려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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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사옥을 지은 회사의 사장이 그림을 잘 그리기로 소문난 화가에게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둘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얼마 후 화가는 사장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 그림을 본 사장은 화가에게 말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을 그려오라고 당신에게 말했는데, 어떻게 이 추하고 늙어빠진 노인의 모습을 그려왔습니까?” 사장의 불평에 화가는 조용히 답을 했다. “그림에 있는 추한 노인은 저의 아버지로 제가 어렸을 때, 집에 큰불이 나서 저를 구하다가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저는 살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화가의 말을 들으며 한참이나 고개를 끄덕거리던 사장이 말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작가님 생각이고….”
화가의 입장에서는 자기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습일 수 있다. 그리고 일견 화가의 변명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무실을 장식할 사장의 입장에서는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하더라도 사무실을 장식할 사장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다.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게 될 사무실에 그림을 걸어둘 사장으로서는 화가가 자기 아버지를 어떻게 보느냐는 고려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인디언 속담에 “누군가를 평가하려면 그 사람이 신었던 신발을 신어 보라”는 말이 있다. 소통과 공감을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공자는 제자 자공이 “평생 지켜야 할 한마디 말씀이 있습니까?” 하고 묻자 ‘서’(恕)라고 하면서 “내가 원치 않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고 했다. 여기서 ‘서’(恕)라는 것은 ‘같을 여(如)’에 ‘마음 심(心)’으로, 내 마음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심정도 이해한다는 뜻이다. 예수도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고 했다. 기독교 교회에서는 이것을 황금처럼 고귀한 가르침이라 하여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부른다. 이 역지사지의 정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갈등을 해소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길이다. 그러나 사람 사이에 입장을 바꾸어 생각과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도 당연히 쉬울 거라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틀린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의 말을 들으며 그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마음이 거부하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하여 상대의 마음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사람의 마음은 이성에 의해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려고 한다. 역지사지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먼저 내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마음을 담아야 비로소 그 심정을 공감할 수 있다. 역지사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을 비우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사실일지는 몰라도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둘 때 비로소 역지사지의 기회가 열린다. 내가 먼저 역지사지하면 상대도 역지사지하게 될 것이다.
문병하목사(덕정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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