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Q&A] '태국 청담동'에서 골프 즐긴 김성태…'황제 도피' 아니라고요?(ft.김성태 추적 기자)
"김치와 생선 좀 먹은 게 황제 도피냐" 비행기 탑승구에 도착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억울한 게 없냐는 질문을 하자 불쑥 꺼낸 말입니다. 본인을 둘러싼 의혹이 아닌 '황제 도피'라는 주변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던 걸까요? 8개월 간의 태국 도피 생활을 추적해 봤습니다.
■ '태국의 청담동' 에까마이 콘도 생활
태국 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 에까마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부촌인 청담동 같은 곳이 있는데, 김 전 회장은 그곳의 한 콘도에 살았다고 합니다. 저도 그 근처 숙소에 머물렀었는데 고층 빌딩도 굉장히 많고 한눈에 봐도 부촌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지에서 김성태와 가깝게 지냈다는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 집 역시 김 전 회장 거주지 근처 콘도인데, 복층 구조에 정원이 딸린 그런 펜트하우스 같은 집이었으니까, 대략 유추는 가능했습니다.
■ 골프, 가라오케, 초호화 생일파티까지
김성태를 잘 아는 측근에 따르면, 처음부터 태국으로 왔던 건 아니라고 합니다. 싱가포르로 도피를 했다가, 무료함을 느껴 지난해 7월쯤 태국 방콕으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방콕에서는 평소 좋아했던 골프를 주로 치면서 가라오케에서 술도 먹고 다녔던 거로 알려졌습니다. 생일 파티에 한국에서 평소 친하게 지냈던 유명 남자 가수도 불렀다고 합니다.
■ 태국 현지 '카지노 사업' 구상
김성태는 현지에서 카지노 사업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태국 정부가 그간 불법 도박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차라리 카지노를 합법화해서 관리하자는 논의가 최근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김성태가 이를 알고 태국에서 카지노 사업을 구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김성태가 돈이 많고,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소문이 나자, 역으로 교민들이나 태국 현지인들이 투자를 받으려고 김성태를 찾아다녔다고도 합니다.
■ '금고지기' 체포 후 망명까지 알아봤다
김성태가 이렇게 여유로운 도피 생활을 즐기고 있다가, 지난해 말 '금고지기'라고 알려진 처남이 태국 경찰에 잡힙니다. 이후 '본인도 잡히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베트남과 일대를 돌아다녔다고 하는데, 그러다가 망명에 대한 고민을 했던 걸로 보입니다. 한 측근에 따르면 한 조력자가 현지 UN 사무소에 정치적 망명이 가능한지 알아봤고, 심지어는 "북한에 돈을 보낸 이력이 있는데, 문제 되진 않을까요?"라면서 구체적으로 망명을 알아봤다고 합니다. 김 전 회장에게 이에 대해서 물어봤지만, 본인은 관련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 '황제 도피' 그리고 '잠행'
황제 도피가 아니라는 김성태의 발언.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월세 400만 원짜리 콘도와 술값 1백만 원이 넘는 술집. 도피 중인 사람의 삶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강남에서 사채업을 했고 북한에 70억이 넘는 돈을 보낼 정도였으니까, 한국에서 누렸던 것에 비해 여유롭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또, 김성태가 이렇게 지냈지만, 그렇다고 본인을 드러내고 다닌 건 아니었습니다. 당초 알려졌던 '총기 무장 가드'가 아닌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운전기사인 조력자 셋이서만 다녔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긴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김성태가 자주 갔던 술집에서 김성태 전담 현지 종업원을 만났는데, "내가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없으니, 내가 먹는 약 좀 사다 줘"라는 부탁을 했다고도 합니다.
■ 측근들이 본 김성태
이런 김성태를 현지에서 본 사람이 많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친하게 지냈던 몇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성태는 성격이 좀 다혈질이었다고 합니다. '내기 골프'를 하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화를 내는가 하면 '금고지기'인 처남에게도 화를 내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사촌 형인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도 김 전 회장에겐 존댓말을 썼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또,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했는데, 이 대표를 만난 적은 없지만 전화 통화는 한 적 있다는 건 공공연히 인정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검찰에서는 김성태가 체포된 후 갇혔던 방콕 외국인 보호소, IDC라는 곳에 김성태가 직접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환경이 열악해서 귀국을 결심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곳을 잘 아는 한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3~40명이 한 방을 쓰고 식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눈으로 직접 본 보호소 역시 굉장히 낙후된 시설이었습니다.
8개월 만에 막을 내린 김 전 회장의 도피 생활. 과연 김 전 회장이 도피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기획 : 정성진 / 영상취재 : 김현상 / 편집 : 김복형 / 디자인 : 박수민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김지욱 기자woo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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