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민주노총 압색, 4가지 노림수는?
내년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불만도?
尹 실언·여당 내홍 등서 국면전환 목적
정보기능 부활…'검사 윤석열' 스타일도 거론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권영철 대기자
[앵커]
국정원이 지금 이 시점에, 왜 공안수사를 이렇게 대대적으로 하는건지 궁금한데요. 심도 있게 짚어보려고 모셨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어서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경찰 수백명, 국정원 수사관 50~70여명이 동원됐다는데요. 국정원과 경찰이 이렇게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선 이유가 뭘까요?
[기자]
오늘 있었던 압수수색 영상 잠시 보시죠. 저 영상을 보면 민주노총이 엄청난 잘못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확인하고 보니 민주노총 본부의 수사대상은 간부 1명입니다.
[앵커]
그래요? 1명에 대한 압수수색인데 저렇게 대규모 수사인력을 동원했다는 겁니까?
[기자]
저도 그런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서는 국가수사본부 산하 안보수사국이 주도를 하는데요, 경찰관계자는 "민주노총이나 지도부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특정 간부 1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돼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인력을 동원했느냐는 질문에는 "질서유지와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렇지만 1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위해 300명 이상의 경찰관과 국정원 수사관을 동원한 건 대국민 여론전을 펴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앵커]
어떤 의도일까요?
[기자]
첫 번째는 일종의 심리전이 아닐까하는 분석입니다.
[앵커]
심리전요?
[기자]
네 오늘 국정원과 경찰의 대규모 압수수색을 보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들지 않았습니까?
[앵커]
기시감이 들긴 했습니다.
[기자]
공안검사 출신의 한 중견법조인은 "어디선가 많이 봤던 익숙한 장면"이었다면서, "옛날 버릇이 또 나오는건가?"라고 했습니다.
최근까지 국정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원세훈 국정원 시즌2 같았다"면서,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지는 여론전을 넘어서서 일종의 대국민 심리전을 펴는 걸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 간부 1명 압수수색 하는데 국정원 수사관과 경찰 300명을 동원해서 대규모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건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국정원장 때 벌였던 종북좌파 척결 명분의 심리전과 유사해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압수수색 장면만 보면 민주노총 전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해서 국정원과 경찰이 합동으로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이는 모양새를 연출한 걸로 보이도록 했다는 겁니다.
[앵커]
민주노총의 반발도 거셌는데요, 민주노총 입장은?
[기자]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언론브리핑에서 "통상적인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을 오버하고 있다"면서 "압수수색 영장, 수색 영장인데 마치 체포영장 집행하듯이 과하게 집행하는 모습, 뭔가 의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상진 대변인의 말 들어보시죠.
"통상적인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집행이라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 크게 막거나 거부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데 지금 보세요. 에어 매트리스 깔고 수백의 경찰 병력 깔면서 마치 한 편에 잘 짜여진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기자]
민주노총은 오늘 낸 성명에서 "최근 일련의 상황을 양지를 거부하고 다시 음지로 기어들어 가길 원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양을 저지하는 것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기 위해 국보법을 앞세운 이념, 색깔 덧씌우기 공작, 이를 통한 공안통치의 부활로 우리 사회가 이룩한 작은 성과마저 퇴행시키는 행위로 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두 번째 의도는요?
[기자]
두 번째는 국정원이 내년 1월1일자로 경찰에 넘겨야 하는 대공수사권을 넘기지 않으려고 대국민 여론전을 펴는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앵커]
대공수사권이 2024년 1월 1일자로 경찰로 이관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정원은 내년부터는 수사권이 사라집니다. 국정원에는 정보수집권만 남게 됩니다. 그동안에는 국정원이 정부수집과 함께 대공수사권을 쥐고 있었습니다.
내년부터는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 국정원은 대공수사의 보조적인 역할만 하게 됩니다. 대공수사 인력이 경찰로 이전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국내정보 파트처럼 다른 부서로 바뀌어야 합니다.
전직 국정원 한 핵심관계자는 "대공수사권 이전을 저지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실질적인 여론전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공안통 검사출신의 중견법조인도 "핵심 포인트는 대공수사권 이전을 막으려는 의도 아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를 많이 해야 할텐데 잘 되고 있나요?
[기자]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설치해서 대공수사권을 넘겨 받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경찰청 안보수사국과 시도경찰청 안보수사대를 중심으로 안보관련 수사를 해왔는데, 지난해 연말부터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해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비하고 있다.
또 안보수사 역량강화를 위해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를 신설할 예정이고, 수사인력도 확충할 방침입니다.
그렇지만 경찰의 이런 대비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국정원 간 업무협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내부에 확인해보니 대공수사권 이관을 위한 국정원과 경찰관 협의는 사실상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합니다.
[앵커]
넘겨 받을 경찰이 준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정원은 넘겨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라는 거네요. 이것 말고, 또 다른 의도도 있을까요?
[기자]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게 아닐까 하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회 정보위 야당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요즘 간첩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진짜 간첩은 당연히 잡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간첩을 잡을까요?"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윤 의원은 "혹, 간첩 잡는 일보다 다른 일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걱정이다. 이를테면 간첩 관련 뉴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다른 정치적 이익 같은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앵커]
'정치적 의도'란 뭘 말하는 걸까요?
[기자]
당장 눈에 띄는 건 국정원과 경찰의 민주노총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이나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보도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일종의 국면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국정원과 경찰이 설날연휴를 며칠 앞두고 이렇게 대규모 압수수색을 하는 건 이런 노림수와 무관하다고 하기 어려울 겁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거나 국가적인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면 간첩사건을 터뜨리는 게 다반사였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당시 원세훈 국정원에서는 '종북좌파 척결'이라는 명분 아래 방송사 인사뿐만 아니라 연예인 블랙리스트, 심지어 방송사 광고에까지 영향력을 미친 사실이 검찰수사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주 만에 30%대로 내려왔거든요. 지지율 회복을 위한 의도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단순히 지지율 회복이 목적이 아닐 겁니다. 윤 대통령 고도의 복합적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의당은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압수수색 대상이 특정 개인이고, 그 장소가 (민주)노총임을 감안할 때 사전협의 없이 곧바로 체포작전을 하듯이 대대적인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라면서 "국정원이 이렇게 무리하게 나서는 것은 결국 윤석열 정부의 반(反)노동, 반(反)노조 기조에 기반해 민주노총을 소위 '간첩단 사건'의 온상인 것처럼 낙인찍으려는 술책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노조 때리기로 지지율의 일시적 반등이 다시 꺾이는 상황에서 UAE 방문 시 이란을 UAE의 주적으로 표현해 빚어진 외교 참사, 10·29 참사 국정조사가 여당인 국민의힘의 방해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야당만 참여해 채택한 국정조사 보고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여당 당대표 선출을 둘러싼 대통령의 개입에 대한 내홍 등 오늘과 내일 언론에 가득할 모든 사안이 사라졌다. 우연일까?"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네 번째 이유도 있나요?
[기자]
좀 멀리 보자면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이 작용한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의 스타일이라니요?
[기자]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되자마자 전임자인 문무일 총장이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을 수사정보정책관실로 바꾸면서 폐지한 동향정보 기능을 살렸습니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 시절 폐지한 국정원의 국내정보 기능을 살리려는 의도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국정원은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에 대해 필요할 경우, 국정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신원조사 대상도 확대됐습니다. 3급 이상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더해, 지자체의 행정부시장과 부지사, 중장 이상 군인도 포함됐습니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고위공직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겁니다.
이른바 국정원의 '존안자료'가 다시 부활하게 된 겁니다.
최근에는 대검 정보관리담당관실(옛 수사정보담당관실) 기능을 확대하면서, 일선 검찰청에도 범죄 첩보를 다루는 수사정보 담당자를 두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직접수사 축소 방침과 맞물려 약화됐던 범죄정보 수집 기능이 재차 강화될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범정기획관실 2담당관을 지냈는데 그게 동향정보를 주로 수집하는 기능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내정보, 다시 말해 정치권의 동향과 대기업, 언론 등의 동향 정보 수집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의문이 듭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국정원의 일부 기능을 부활시킬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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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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