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결국 폐지···화주처벌조항 없앤 ‘표준운임제’로 개편추진
정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가이드라인 성격의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운임계약시 참고할 수 있도록 매년 표준운임을 공포해 화물차주의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에 명시됐던 화주 처벌조항도 삭제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화물 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안전운임제 개편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종료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화주·운송사·화물차주가 참여하는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를 구성, 안전운임제 개편을 논의했다. 다만 협의체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대표는 참여하지 않았다. 화물연대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은 방안인 셈이다. 이날 발표는 그동안의 논의를 바탕으로 나온 것으로 사실상 정부안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이태형 선임연구위원은 ‘안전운임제’ 명칭을 폐기하고 표준운임제로 명칭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의 단순 연장만으로는 물류시장에 자리잡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 및 제도개선이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일몰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과로·과속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게는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제도다. 화물차주에게는 일종의 ‘최저임금’으로 여겨져 왔다.
정부가 새롭게 도입하려는 표준운임제는 안전운임제와 달리 화주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2차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파업에 참여한 화물차주들을 직접 만나 “안전운송운임과 화주처벌조항 삭제를 추진한다는 잘못된 내용이 확산돼 일부 화물차주들이 동요하고 있는데 해당 내용이 반영된 법안은 이미 국회에서 철회됐고, 앞으로도 전혀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과 배치된다.
표준운임제는 운송사와 차주 간의 운임을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의 운임은 강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만 하는 방식이다. 이에따라 화주는 정부가 정한 운임을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해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운송사에 대한 처벌은 시정명령을 내린 뒤 과태료를 1차, 2차로 올려 부과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다만 화주와 화물차주가 직계약을 함으로써 화주가 운송사 역할을 대신할 경우에는 화주에 대해서도 처벌조항이 적용된다. 이때도 시정명령 후 단계적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방식으로 완화된다. 표준운임제 적용을 받는 화물차주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표준운임제는 3년 일몰제로 2025년 12월까지 운영한 뒤 기존 안전운임제와의 성과분석을 한 후 지속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대상품목은 시멘트와 컨테이너에 한정한다.
표준운임을 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도 바꾼다. 기존에는 공익위원 4명과 화주대표 3명, 운수사 대표 3명, 차주 3명으로 구성했으나 앞으로는 공익위원 6명, 화주대표 3명, 운수사대표 2명, 차주 2명으로 운수사와 차주의 비율을 낮춘다. 운송사와 차주의 이해관계가 비슷해 운임을 정함에 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화주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위·수탁제(지입제)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입업체들이 보유한 화물운송사업용 번호판을 이용해 화물차주들에게 사용료로 2000만~3000만원, 위수탁료 월 20만~30만원씩 받는 ‘번호판 장사’가 만연해지면서 화물차주들의 수입이 열악해졌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감 제공 없이 위수탁료에만 의존하는 위수탁전문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면 화물운송시장 내 만연한 번호판 사용료 미반환, 대·폐차 비용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이 근절되고, 차주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감소해 전반적인 소득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협의체 논의 결과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최종적인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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