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 책임은 왜 빠지나...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 무의미"(종합)
기사내용 요약
국토부,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 추진
화주-운수사간 운임은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3년 일몰제 도입 후 안전운임제와 비교 분석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등의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등 이해 당사자들이 관련 공청회에서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공청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운송시장 구조개선 등을 논의했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 대대적인 집단운송거부를 단행했지만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 대응에 성과 없이 집단운송거부를 종료했다. 결국 지난해 12월31일을 기점으로 기존 안전운임제는 일몰됐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번 기회에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운송사업구조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며 "일몰이 되는 것을 큰일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법이 정해지면 얼마든 소급시킬 수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이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의 주요 내용을 발제하고 화주, 운수사, 차주 등 이해관계자 및 물류산업 전문가들이 모여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제안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의 주요과제는 ▲운송사 운송기능 정상화 ▲기존 '안전운임제'를 가이드라인 성격의 '표준운임제'로 개편 ▲차주의 정당한 소득 보장과 편의시설 등 확충 ▲법 집행 강화 등으로 화물차 교통안전 확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 안에 따르면 먼저 운송사는 운송물량을 확보해 차주에게 배분하고 위반시 운송사를 제재하고 소속 위수탁 차주에게 개인허가를 내 줌으로써 운송기능을 정상화한다. 또 위수탁차량의 소유자를 기존 운송사에서 위수탁 차주로 개선한다. 아울러 위수탁차주에 대한 부당행위 근절을 위해 불공정 계약사례를 구체화 하고, 운송사의 직영 확대를 위한 탄력적인 수급조절제 운영 등으로 화물운송사업의 체질 자체를 개선한다.
기존 안전운임제의 경우 가이드라인 성격의 표준운임제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차주가 수령하는 운임은 강제해 차주를 보호하되 화주와 운수사간 운임은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3년 일몰제로 도입하되 기존 안전운임제와 표준운임제의 성과를 분석한 뒤 지속 여부를 검토한다. 아울러 운임위의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부원가는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에서 논의하는 등 구성 및 운영을 합리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화물차주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유가연동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차주의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화물정보망 관리를 강화하며, 화물차 구입시 취등록세 감면 및 부가가치세 면세, 유가보조금 지급 확대 등 차주에 대한 직접지원 방안을 강화하고 화물차주 편의시설도 확대한다는 내용이 방안에 포함됐다. 아울러 화물차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시간마다 15분씩 휴식하도록 운행기록장치(DTG)를 활용한 안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판스프링 등 안전사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과적에 대한 책임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방안과 관련해 각 토론 패널들의 의견은 각각 갈렸다. 안승범 인천대 교수는 "과거 위탁운임으로 얘기했던 부분과 표준운임 두가지 축으로 정리된 운임제 설정은 최저와 표준시장이 결합된 형태로 바람직해 보인다"며 "또 지입제 혹은 번호판 프리미엄 등에 대한 대안도 다루고 있어서 향후 운송시장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영태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전무는 "화주에게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겠다는 것은 운수사업자들이 불법업자가 되라는 이야기 밖에 없고 시장에서 너희들끼리 싸우라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진하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상무는 "안전운임제를 강제없이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최저입찰제로 인해 화주로부터 적정운임을 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차주에게 운임을 주겠냐. 이것을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은 "정부의 방안에 많이 실망했다. 정부의 안은 화물운송산업에서 가장 많은 이윤을 얻고 있는 대기업 화주의 책임이 삭제돼 있다"며 "산업 내 운임과 노동 조건, 거래 계약 등 우위에 있는 대기업 화주를 우회하고 운송사와 차주에게만 칼날을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화물노동자들의 죽음과 고통을 연료삼아 수익을 창출했던 화주 기업이 안전운임제 강제조항이 없어지더라도 차주들에게 제대로 운임을 줄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은 화주기업의 요구를 대변하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형식적이고 말도 안 되는 공청회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작년 6월 노정합의대로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 논의부터 하는 것이 신뢰를 찾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 있던 화물운송업계 종사자들은 "10년 동안 운임이 깎이고 깎이다 겨우 만들어진 것이 안전운임제인데 이것을 없애느냐"거나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운전석에서 내려올 수가 없는데 2시간 일하고 15분을 어떻게 쉬라는 것이냐"는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현장에서는 운송사와 차주 등 업계 관계자간 언쟁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토론회가 종료되자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 패널들을 위협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오늘 발표된 내용 상당부분은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다. 다만 오늘 나온 의견을 다시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화주 책임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이 강조해줬는데 그 부분도 추가적으로 논의를 하겠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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