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민주노총 간부 등 해외서 북측과 접촉했다며 수사

윤기은·강은 기자 2023. 1. 1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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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동안 조합원들과 국정원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가정보원이 18일 민주노총 A국장, 보건의료노조 B실장, 제주지역 시민단체 대표 C씨, 전 금속노조 간부 D씨 등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사유 중 하나로 ‘피의자들이 현재도 북한 공작조직과 연계하여 범행을 지속 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든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이들이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인사들과 하루 간격을 두고 접촉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며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교류국은 대남공작을 위해 만들어진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A국장이 2017년 9월1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문화교류국 공작원 세명과 만났다고 봤다. 이튿날에는 B실장이, 그 다음날인 9월13일에는 C씨가 같은 호텔에서 A국장이 만난 이들과 동일한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는 게 국정원의 주장이다.

국정원은 2019년에도 A국장과 D씨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E공작조가 2019년 8월8일 하노이의 길거리에서 A국장과 만났고 다음날 하노이 소재 건물에서 D씨와 접촉했다는 것이다. D씨가 북한 공작원을 만난 8월9일 아침, A국장이 D씨와 접선 장소까지 동행했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E공작조는 A국장 등을 만나기 전인 8월5일 중국 대련에서 하노이행 열차를 탔는데, B실장이 그 전날인 8월4일 대련에서 귀국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B실장이 대련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A국장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국내 노동계 주요 직책에서 활동하면서 북한 공작기관과 연결된 지하조직을 통해 북한의 지령을 따랐는데, 그 결과를 A국장을 통해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들이 2016년 이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기 직전인 2019년까지 매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 공작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2016년 8월 북한 공작원이 A국장이 들고다니던 것과 비슷해보이는 ‘보스턴 백’(여행가방)을 들고 중국 북경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모습, 2016년 9월 A국장이 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 측 오토바이에서 꺼낸 검은색 물건을 국내에 들여온 후 사설 환전소에서 1만달러를 환전한 모습을 국정원 직원이 포착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국정원은 지난해 8월13일 열린 ‘8·15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미일 전쟁동맹 노동자가 끝장내자’라는 구호가 나온 것, 북한직업총동맹 및 6·15 북측위원회의 연대사가 낭독된 것 등이 A국장의 연북 활동과 무관치 않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직·간접적 연계를 규명할 수 있는 암호화·복호화 프로그램이 저장돼 있는 암호자재, 약정 음어표, 난수표·단파라디오 및 그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압수대상 중 하나로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은 “불온세력 운운하며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을 흠집 내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기 위해 국보법을 앞세운 이념, 색깔 덧씌우기 공작, 이를 통한 공안통치의 부활로 우리 사회가 이룩한 작은 성과마저 퇴행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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