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한파에 노조 보호막 찾는 IT맨…판교에 무슨 일이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3. 1. 1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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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시장 비수기 더해져
IT회사별 근로자 결집력 상승
카카오 사실상 ‘과반노조’
IT업계 ‘노조불모지’ 옛말
[사진 = 연합뉴스]
카카오와 넥슨 등 판교 정보기술(IT) 업계 회사 노조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그동안은 잦은 이직과 성과우선주의 성격이 강했던 영향으로 ‘판교=노조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IT업계가 이제는 코로나 엔데믹과 경기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개발자 이직이 뜸해지고 성과 보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노조 가입 바람이 갈수록 거센 분위기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업계 특성 상 타 업계 대비 근로자 결집력이 낮았던 IT회사들을 중심으로 노조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IT업계는 전체 산업권을 통틀어 노조 설립이 2018년 이후로 늦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빠른 속도로 노조 몸집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곳이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다. 카카오 노조는 현재 한글과컴퓨터 등에 이어 사실상 과반 노조로 기정사실화된 곳이다.

카카오 노조 집계 상 본사 기준 1900여명이 노조에 가입하면서 가입률 50%를 달성했다. 지난해 6월 반기 보고서 기준으로 카카오 전체 사원 수는 3603명이다. 본사는 물론 계열사를 포함한 카카오 공동체 전체 노조 가입자는 약 4000명에 이른다.

다만 근로자 과반수의 산정 기준을 놓고 명확한 지표가 없는 터라 카카오는 노동청 해석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카카오 노조가 과반노조로 인정되면 공식화된 근로자 대표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카카오 근로자 투표로 선출된 대표들과 사측 대표들이 모인 협상 테이블(라운드테이블)이 대표적인 사원협의체였다.

최근 카카오가 3월부터 시작하는 출근 중심의 근로제 전환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라운드테이블과 노조 협상이 함께 이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노조 측은 회사가 근로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원활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 17일 공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카카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공동체 노조 가입이 급증한 배경과 관련해 카카오 경영진의 잇따른 실책이 사회적 논란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단순히 재택 해제에 따른 불만으로 노조 가입이 늘었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서승욱 크루 유니언 지회장은 “크루 유니언은 2018년 10월 약 100명으로 시작한 뒤 교섭을 거치며 2020년 500명, 2021년 1000천명 이상으로 성장했다”면서 “2021년 말, 2022년 이후에는 경영진의 리더십, 소통, 신뢰가 부족한 데서 빚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노조원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말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 등의 ‘지분 블록딜 매각’ 논란에 이어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도와 잦은 최고경영자 교체 등으로 불만이 쌓였던 카카오 구성원들이 최근 출근제 발표로 노조 가입률이 급속도로 늘었다는 얘기다. 최근 카카오는 본사 기준 근무 방식을 1년새 4차례나 변경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기도 했다.

최근 넥슨 노조(스타팅포인트)도 성과금 지급 문제로 가입이 급증했다. 지난달 초 진행된 넥슨 전사 타운홀미팅 이후 노조 가입자가 300명 넘게 늘었고, 현재 노조 가입률은 35%대로 추정된다. 당시 타운홀미팅에서 경영진은 역대 최대 매출을 전망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케이크 쿠폰’ 한 장씩만 나눠줬고, 급기야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있음에도 전원 전면 출근을 못 박으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IT업계 안팎에선 빅테크사 등을 중심으로 한 노조 가입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 노조에 가입한 한 IT개발자는 “지금까지는 회사가 마음에 안들면 또 옮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컸지만, 이제는 이직도 어려운 분위기인 데다가 성과금도 예년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회사 처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노조에도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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