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공안몰이’, 노동운동 흠집 겨냥했나…민주노총 2시간 대치

선담은 2023. 1. 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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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전·현직 노조 간부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겠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최근 경남·제주 시민사회단체 간부 등의 반국가단체 결성 의혹에 이어 국정원이 전방위적 수사에 나서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안몰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부터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총국과 당산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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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노조 간부 개인 혐의…노조활동과 직접 관련 없어”
“개인기물 압수수색” 사무실 들이닥치자 민주노총 반발
18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총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나선 국가정보원 수사관들과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대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전·현직 노조 간부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겠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최근 경남·제주 시민사회단체 간부 등의 반국가단체 결성 의혹에 이어 국정원이 전방위적 수사에 나서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안몰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부터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총국과 당산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노총 간부 ㄱ씨, 보건의료노조 간부 ㄴ씨의 책상과 캐비닛이었다. 국정원·경찰은 또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이자 기아차지부 조합원인 ㄷ씨의 전남 담양 자택과 금속노조에 몸담았던 ㄹ씨가 대표로 있는 제주시 봉개동 제주평화쉼터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 사건 수사를 위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경찰과 집행했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사다리차와 에어매트까지 동원해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이에 반발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약 2시간 대치 끝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은 2016~2019년 사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중국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교류한 혐의(회합·통신 등)를 받고 있다. 국정원·경찰은 이들이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앞서 국정원 등이 수사 중인 경남·제주 시민사회단체 간부 등의 반국가단체 결성 의혹과 별개 사건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남·제주 시민사회단체 사건처럼) 북한 지령문을 받았다는 얘기는 영장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노조 부패 척결’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에 대한 전면 감사에 나서는 등 비판 세력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는 가운데 이뤄졌다.

민주노총은 “노동운동 탄압 의도”라고 반발했다. 노조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인의 혐의사실을 바탕으로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 집행에 나선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반노조’ 기조를 반영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이번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내부에 침투한 불온세력 운운하며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을 흠집내려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폭거에 맞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의 공안사건 수사는, 경찰에 이관될 예정인 대공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3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이날 전방위적 압수수색은 국정원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권한인 대공수사권만은 유지하겠다는 시위에 나선 셈”이라며 “대공수사권의 부활을 노리는 국정원의 퇴행을 규탄하며 정부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탄압하겠다는 윤석열식 ‘공안통치’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반발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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