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집 안으로, 방 안으로…꼭꼭 숨은 청년 서울만 13만 명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3. 1.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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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담 쌓고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인생의 황금기에 마음의 문을 닫고 동굴과 같은 암흑에서 보내는 거죠. 서울에만 이런 청년이 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을 방 구석으로 내몬 가장 큰 원인은 취업난이었습니다.
 

"방 안에 틀어박혀 살아요"... 서울만 13만 명 추산

"보통 일어나서 휴대폰으로 SNS 하다가 밥먹고 집안일이나 할 일 있으면 하고. 평소 외출은 거의 잘 안하고 집에서 책 읽고 아니면 잠을 많이 자요. 스트레스 회피성으로" (고립은둔 여성 A, 30대)

"생활비가 제일 고민이죠. 돈이 떨어지면 뭐라도 해야 되니까 제일 고민이고요. 그런데 걱정인 게, 돈이 떨어지면 취업을 나가야 되는데 취업을 해도 1년 넘게 다녀본 적이 거의 없어요" (고립은둔 여성 B씨, 30대)

"11시에 일어나 잠깐 밥 먹고 또 들어가서 유튜브 같은 거나 계속 보고 있어요. 밖에 잘 나오지도 않고요. 간식 먹으라 해도 안나와요. 자기가 새벽에 잠깐 간식 사놓고 자기 방에 두고 먹고 그러지" (고립은둔 청년 C씨의 부모, 50대)

청년과 청년 가족의 얘깁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립·은둔 청년으로 분류된 청년과 가족이 조사원들에게 털어놓은 얘깁니다. 세상과 담 쌓은 청년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죠. 
서울시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고립·은둔 청년 실태를 조사했는데요, 이런 조사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하네요. 

청년이 사는 가구와 청년에 대해 온라인으로 조사하고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당사자와 지원기관 실무자 심층 조사도 병행해서 정확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를 볼까요. 청년 중에서 고립·은둔 비율은 4.5%로 추정됐습니다.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하면 최대 12만9천 명으로 산출되고요, 전국 단위로 넓히면 약 61만 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국 첫 조사여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지만, 적지 않은 청년이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죠.   

고립은 뭐고, 은둔은 뭐고 고립·은둔은 뭘까요. '고립'은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은둔'은 고립돼 있으면서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한 지 6개월 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는 경우로 규정했다고 합니다. 또 고립과 은둔의 관계를 개별적으로 보지 않고, 고립의 범위 안에 은둔이 포함된 것으로 개념을 잡았다고 합니다.

조사 대상 청년의 연령은 만 19세부터 만 39세까지입니다.
 

취업난이 주요 원인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가 중요할 텐데요, 45.5%(중복응답)가 '실직 또는 취업의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취업난을 반영하는 거죠.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은 성인기 전후에 힘든 일을 경험한 비율도 높았습니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이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성인기 이후에는 취업 실패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응답자의 64.6%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다고 답했고, 60.7%는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고립·은둔 생활 지속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이 28.1%로 가장 많았지만, '3년 이상∼5년 미만'도 16.7%나 됐습니다. '10년 이상'도 11.5%였습니다. 한 번 세상과 담 쌓으면 담을 허물기가 어렵다는 걸 알 수 있겠네요

일본선 60세 은둔형 외톨이가 부모 살해


청년의 '고립·은둔' 생활이 오래 갈 수 있다는 건 사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본 사례를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일본은 '히키코모리' (사회적 참여 없이 6개월 이상 집에 머문 상태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겪었습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가 급증한 건 베이비 부머 격인 단카이 세대의 자식 세대가 사회 진출할 시기와 취업 빙하 시기가 겹쳤기 때문인데요, 90년대에 크게 사회문제로 대두됐죠. 특히 한 번 히키코모리가 되면 영원한 히키코모리가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60대 아들이 만화보는 데 방해 된다면서 80대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60대 아들이 '히키코모리'였다고 합니다.

아들 마츠모토는 무려 35년 동안 별다른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80세가 넘은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며 생활했다고 하고요, 애니메이션 DVD와 만화책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만 봐도 청년층 고립의 예방과 치유에 정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죠.
 

한 번 외톨이 되면 영원한 외톨이?

고립·은둔 청년들도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55.7%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43%는 벗어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요, '취미활동'(31.1%), '일이나 공부'(22.0%), '병원 진단·치료'(15.4%), '심리상담'(10.2%) 등을 통해 탈출하려고 해봤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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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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