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경쟁서 돌연 사라진 유승민… 당 대표 불출마하나
기사내용 요약
나경원 변수 등장하며 상대적으로 존재감 약해져
반윤 대표주자 입지 흔들…일주일 넘게 숙고 중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의 잠행이 길어지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부상하면서 유 전 의원의 당 대표 불출마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토론회 일정을 끝으로 장고에 들어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오늘까지 언론에 제 생각을 밝히고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18일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비윤계를 구심점으로 떠오르면서 유 전 의원의 입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범친윤계로 분류되던 나 전 의원이 '반윤 우두머리'라는 친윤계의 공격을 받으면서 유 전 의원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평가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비윤 진영의 선봉장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친윤계에 이어 대통령실과 공개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유 전 의원이 가진 반윤 주자 대표성이 옅어지는 모양새다.
애초 차기 전당대회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서 유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유 전 의원의 당선을 막기 위한 친윤계의 안전장치가 도입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만 친윤계 일색인 구도에서 유 전 의원이 2위를 차지할 경우, 차기 총선 공천 등에서 정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단 점에서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연이어 대통령실과 충돌하면서 유 전 의원의 출마 결심은 더욱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되면서 전통 당원 지지세에 이어 비윤 진영까지 확장성을 갖추게되면서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으로 규정하면서 당내 비윤계의 지지를 받던 유 전 의원이 우군을 잃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에 영향을 받고 들어온 20대 남성 당원의 지지와 당내 반윤계 표를 얻어 선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변수가 생긴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안 될 것 같다"고 주장하지만 비윤계는 나 전 의원이 친윤계 대표주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반색하는 분위기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나 전 의원은 엄밀히 말하면 친윤계는 아니다"라며 "당내 확장성이 크기 때문에 친윤계가 더 위기를 느끼고 강하게 출마를 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유 전 의원이 불출마하고 나 전 의원이 안 나올 경우 유 전 의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승민의 지지층은 확장성도 없지만 빠지지도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 전 의원 측 한 인사는 "우리당 지지층이 80만 명 정도라고 할 때 유 전 의원 지지층 10만 명, 이준석 전 대표는 15만 명 정도 된다"며 "당선은 아니더라도 유의미한 3등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 여론조사에 비해 당심에서 크게 뒤지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차기 당 대표가 '당원투표 100%'로 선출되면서 당심에 고전하는 유 전 의원이 유의미한 순위를 얻을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작년 12월 2주차부터 1월 2주차까지 진행된 뉴시스 정기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서 지지율 하락 및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4차례 실시한 지지층 대상 당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3.9% → 13.6% → 6.9% → 7.4%의 지지율 추이를 기록했다.
일주일 넘게 숙고에 들어간 유 전 의원은 주변의 조언보다도 본인의 정치 명분을 우선으로 놓고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지난 경기지사 경선 때 출마를 설득한 주변 인사들도 이번에는 유 전 의원의 결단을 조용히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경기지사 당내 경선의 학습 효과로 출마 결정이 늦어지는 거란 주장도 있다. 유 전 의원이 너무 일찍 출마를 결정하면서 친윤계의 총공세를 받아 패배했다는 것이다. 지난 경선 당시 친윤계가 전폭 지원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석패한 유 전 의원은 "자객의 칼에 맞았다"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지난 경선에서의 경험과 본인의 출마 명분 등 여러가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며 "설 이후에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l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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