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헌집 손본다고 무조건 명당? 누울 자리 보고 투자하시라
서울지역 대부분 규제 해제된 건 '호재'
공사비·대출금리 올라 수익성은 '약화'
현 감정가·향후 추정분양가 등 살펴야
도시정비사업 투자 주의사항은…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도시정비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정비사업을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민간과 공공이 함께 진행하는 도심복합사업, 지자체가 참여해 인허가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까지 정비사업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노후화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의 통칭이다. 30년 이상된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는 재건축사업과 일반주택, 상가 위주의 지역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낡은 아파트의 골조만 남긴 뒤 내·외부를 모두 바꾸는 리모델링, 도심 내 저층 주거지나 저개발된 역세권을 개발하는 도심복합사업,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낡은 시장을 새 시장으로 바꾸고 주거공간까지 더하는 시장재개발 등 해당 지역의 규모와 여건, 상황에 따른 다양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비사업의 절차는 간단하다. 재건축사업은 지자체로부터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시작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진단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데, A~E로 나눠진 등급 중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이 50%로 확대되면서 30년 이상의 아파트도 안전진단 절차를 넘는 게 어려워졌지만, 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면서 1차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가 수월해졌다. 또 조건부재건축(D등급)의 범위가 축소되고, 2차 안전진단도 생략할 수 있게 되면서 당분간 재건축 추진 단지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을 통과했다면 지자체로부터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지자체가 기본계획을 심의해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 이후 주민들은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이어 사업시행인가(사업적정성 판단), 관리처분인가(분양가·분담금 확정)를 거친 뒤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한다. 이주가 끝나면 시공사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이때 일반분양을 실시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입주 이후 조합원들이 나눠갖게 된다.
재개발사업도 비슷한 절차를 거친다. 지역의 노후도와 주민 동의율이 확보되면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고, 이후 조합이 설립된다. 조합설립 이후 과정은 재건축과 동일하다. 다른 정비사업들 역시 최초 정비구역 지정 요건과 시행주체(공공, 민간, 신탁 등)가 다를 뿐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절차 자체는 10여단계지만 통상 재건축은 10년, 재개발은 그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최초 75%의 주민동의를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시공사 선정과 조합원 분담금, 이주비, 동·호수 지정 등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갈린다. 사업이 20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곳은 대부분 조합 내홍으로 집행부가 여러번 교체되고,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을 겪으며 시공사가 바뀌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지금이 정비사업의 적기라고 평가한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사업 추진이 쉬워졌고, 이전에 비해 정비사업에 따른 주변지역 집값 폭등도 어느정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면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면서 매력도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정비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사업이 진행되기 전 매물을 확보해 일반 분양가보다 낮은 조합원 분양가로 아파트에 입주하고, 이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존 건물의 용적률이 낮아 새 아파트의 세대수가 많이 늘어날수록 조합원이 내는 돈은 줄어들고, 수익금까지 정산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정비사업의 시세차익 기대감도 크게 줄었다. 서울의 주요 입지 아파트에서도 청약 미달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내야할 돈만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비사업지 내 매물은 여전히 적지 않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관리처분인가를 코앞에 둔 조합원 매물이 올라오자 4억5000만원의 피(프리미엄)에도 10개가 넘는 구매문의 답글이 달렸다. 통상 '딱지'로 불리는 조합원 분양권을 사면 향후 이 아파트를 조합원 분양가에 구매할 수 있고, 해당 조합원이 기존에 보유했던 재산이 비례율(정비사업 이전 재산이 인정되는 비율)에 따라 인정된다.
조합원 분양권의 인기 이유는 간단하다. 재건축 자체가 10년을 바라보는 사업인 만큼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착공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최소 3년 이후다. 만약 관리처분인가 이전이라면 피도 줄어들고, 기대수익은 더 높아진다.
최근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것도 투자자에게는 호재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정비사업지의 경우 재건축은 조합설립,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시점 이전에 등기이전을 마쳐야 조합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현재는 강남, 서초, 송파,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어느 시점에서든 조합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해당 시점 이후에 조합원 지위를 획득한다면 수익률은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최근 공사비와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비례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비례율은 수익과 직결된다. 철거 전 건물과 토지의 감정가액이 5억원이었고, 비례율이 90%라면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서는 4억5000만원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6억원이라면 1억5000만원의 부담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최근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도 통상 10~20%포인트씩 비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지를 선택할 때 조합의 사업비와 공사비 적정성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또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등은 후보지 발표 시점을 조합원 지위 획득 가능 시점으로 보는 경우도 있어 이 역시 주의해야 한다. 결국 정비사업지 매물에 투자할 때에는 해당 사업의 진행 가능성, 현재 감정가액과 향후 추정 분양가, 공사비 등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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