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리포트] 주가 33% 폭락에도… `경영권 분쟁` 호재 불씨 남아
유준원 회장 vs 시너지파트너스
지분 싸움 여전… 현 격차 10.3%p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증권 등을 자회사로 둔 상상인의 주가가 연초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상상인 종가는 591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8.05%)을 감안해도 하락 폭이 예사롭지 않다. 금융주는 통상 금리 상승기에 주가가 안정적으로 버텨주는 경기방어주의 성격을 띤다. 실제로 이 기간 KRX 은행지수 평균 하락률 7.2%에 그쳤다. 상상인의 주가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메리츠금융지주(-9.07%)나 주가가 엇비슷한 수준인 BNK금융지주(-17.11%), DGB금융지주(-20.33%)과 견줘도 낙폭이 크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슈로 55% 급등…윤곽은 올해 3월에
상상인은 지난해 4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2022년 연초 8190원이었던 주가는 경영권 분쟁 관련 보도가 나왔던 4월에는 장중 1만2700원까지 55% 이상 치솟기도 했다.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10월부터는 6000원대로 반토막 났다. 이달 들어서는 5000원대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보통 경영권 분쟁은 당사자 간 지분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호재로 여겨진다.
앞서 시너지파트너스는 2019년부터 상상인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바 있다. 시너지파트너스는 상상인 지분율을 2019년 9월 5.23%에서 2021년 4월 16.01%로, 이후 1년 만에 또 20%대까지 끌어 올렸다. 자회사 시너지이노베이션이 5.95%, 구자형 시너지파트너스 대표 본인이 3.61%를 갖고 있고, 시너지파트너스가 최대주주(32.31%)로 있는 메디카코리아도 3.29%를 취득하는 등 꾸준히 매입한 결과 현 지분율은 21.75%다.
이에 비해 상상인그룹 최대주주 유준원 회장의 지분은 본인 23.44%에 아내 김수경(6.51%)씨, 김씨가 대표로 있는 제이에스앤에스(2.08%) 등 특수관계 지분을 포함해 32.05%에 달한다. 현재로서는 10.3%포인트 격차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너지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엠아이텍 지분(62.6%)을 매각하고 상상인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6월 시너지파트너스의 자회사 시너지이노베이션은 보유중인 자회사 엠아이텍의 지분(62.6%) 매각과 관련해 보스턴사이언티픽과 주식 양도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추가 매입 여부는 오는 3월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지난해 말 매각 거래가 종결될 계획이었지만, 유럽 일부 국가에서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지연되면서 기한이 올해 3월 15일까지 연장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인수가액이 3000억원으로 알려진 만큼, 시너지파트너스가 확보한 자금으로 상상인 지분을 추가 매수하면 유 회장의 지분율도 넘어설 수 있다.
이런가운데 지난해 12월 오케이저축은행도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상상인 지분 5.4%를 취득했다.
유 회장 입장에서는 초조해질 수 있다. 개인사업자에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해 대출해준 행위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유 회장은 최근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현금창출은 저축은행 부문에서…올해 업황 '먹구름'
상상인그룹의 지주사 격인 상상인의 전신은 1989년 계전기, 전자부품 등을 제조하는 청원전자로, 200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2004년 주식회사 텍셀에서 주식회사 텍셀네트컴으로, 2018년 3월 30일 주식회사 텍셀네트컴에서 주식회사 상상인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 사업부문은 크게 네트워크 시스템 설계 및 구축 사업을 영위하는 정보통신 부문과 금융, 조선, 전산 시스템 개발 및 운영 등으로 나뉜다.
종속회사로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상상인선박기계,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인더스트리, 상상인증권 등이 있다. 실적은 고금리 직격탄에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상인은 2022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53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동기(4100억원) 대비 30.98%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773억원에서 611억원으로 21% 줄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금융당국에서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유도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종속기업 중 3분기 순이익은 상상인 저축은행이 459억원,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 260억원으로 금융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반면, 상상인 선박기계(-57억원), 상상인 인더스트리(-56억원), 상상인증권(-19억원) 등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부문에서 실질적인 현금 창출이 되는 셈이다. 상상인 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의 전신은 한진상호저축은행과 천안상호저축은행으로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상상인그룹에 편입됐다.
한편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올해 저축은행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곽수연 한신평 연구원은 "여신 성장세 둔화와 함께 저축은행 업종의 건정성·수익성 저하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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