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저한세` 시행 속도조절… 美·유럽 등과 보폭 맞춘다
'오징어게임' 제작사 세제 혜택
임차인, 동의없이 체납액 열람
국산차 판매가 20만~30만원 싸져
정부가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과 보폭을 맞추기로 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기업의 소득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실효세율이 적용될 경우 다른 나라에 추가로 과세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매출 1조원 이상 다국적기업은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입법절차가 마무리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른 나라 입법 고려해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정부는 18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글로벌 최저한세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브리핑에서 "글로벌 최저한세는 시행시기가 내년이라 올해 1월부터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성이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내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를 시행하기로 약속했지만, 도입할지 말지 아직 미정인 나라들도 있다"며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글로벌 최저한세 이행체계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여 그런 부분까지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OECD와 주요 20개국(G20)의 국제조세 개혁 회의체인 포괄적 이행체계(IF·Inclusive Framework)에서 합의한 국제조세 개편안의 두 가지 축(필라 1·2) 가운데 필라 2에 해당한다. 적용대상은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년 이상의 연결 재무제표상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기업이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도입되면 기준을 충족하는 다국적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든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글로벌 최저한세 법제화 속도가 우리나라만 유독 빠르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달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을 위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국들은 아직 입법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는 해외 진출을 활발히 한 우리나라 기업만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따라 법인세 납부액이 세계적으로 1500억달러(약 186조원)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글로벌 최저한세 입법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다른 나라들도 내년 도입을 늦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 등 후속조치는 다른 나라 상황을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다. 고 실장은 "올해 하반기까지 갔을 때 다른 나라들의 (글로벌 최저한세) 법제화 진척도가 늦는다고 하면, 우리나라도 (도입 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상당부분이 지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제작사도 세제혜택= 정부는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기업활력을 제고할 내용을 담았다. 우선 반도체와 이차전지, 백신 등 3개로 한정된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도 추가하기로 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분야는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중소기업은 40~50%, 중견·대기업은 30~4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 R&D 지원 강화를 위한 신성장·원천기술 범위도 종전 260개에서 272개로 확대한다. 액화수소 운반선의 액화수소 저장 기술 등 탄소중립 기술 8개도 이번에 새로 추가됐다.
해외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했을 때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의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유턴기업 세제지원 요건도 완화된다. 해외 사업장 양도·폐쇄 후 국내 사업장 신·증설을 마쳐야 하는 기한이 2년에서 3년으로 늘고, 국내 사업장 유휴공간에 신규 설비투자를 하는 경우도 세액감면을 적용한다.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 대상도 확정됐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개정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추가됐다. 기업이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의 일부(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OTT를 통해 제공되고, 등급분류를 받은 비디오물'로 범위를 구체화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오징어게임이 대박을 치면 넷플릭스가 아닌, 오징어게임을 제작한 비용을 법인세로 깎아주는 것"이라며 "OTT 콘텐츠를 제작하는 국내 제작사에 주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발생한 '빌라왕 사건'과 같은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1000만원을 초과하는 보증금으로 전·월세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차인은 계약일부터 임차 개시일까지 임대인의 국세 체납액을 임대인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산차에 매겨지는 개별소비세 과세표준도 소비자 판매가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추계하는 것이 인정된다. 판매가격과 기준판매비율을 곱한 값을 판매가격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그만큼 과표가 낮아져 개소세가 줄고, 국산차 판매가도 차종에 따라 약 20만~30만원 낮아질 전망이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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