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일 못하겠다" 불만에… 공공기관 난방 19도까지 허용

실내온도 17도로 제한했던 정부
공무원들 볼멘소리에 규정 완화
기관장 재량으로 2도내 조정 가능

#. 서울에 위치한 공기업에 근무하는 A씨. 그는 올겨울 정부가 공공기관 건물의 실내온도를 17도로 낮추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오래된 건물이어서 단열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근무 중 체감온도는 17도보다 훨씬 낮게 느껴졌다. 손이 시려서 타이핑을 하는 것에 애를 먹고 발도 시려서 털신을 신는다. 추위를 버티기 위한 핫팩과 담요 소지는 필수가 됐다. 그 때문에 업무능률도 오르지 않으면서 이러려고 공기업을 다니는 것이 아닌데 싶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 다른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B씨. 그가 다니는 공공기관 건물은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있다. 이 때문에 오래된 건물이 아닌데도 회사에서 추위를 느끼는 게 일상이었다.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양털방석과 개인담요를 사고 대형 핫팩을 여러 개 구비해 놓았다. 하지만 본인은 물론 주변 직원들이 계속 감기에 걸리면서 업무능률이 오를 수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공공기관부터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올겨울 건물 실내온도를 1도 낮춘 17도로 제한했던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건물 노후 정도와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제한한 규정 속에 한파를 이겨내지 못한 공무원, 공기업 근무자들의 민원이 속출해서다.

18일 산업부는 건물 내 실내온도 편차가 큰 공공기관은 기관장 재량으로 평균 실내온도 기준을 2도 범위 내에서 완화 적용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를 개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관장이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대상은 기상청 한파특보가 발령된 지역 내 위치한 공공기관, 실내온도 편차가 큰 노후된 건물 등이다. 그 외 공공기관은 원래 규정대로 17도를 유지해야 한다. 시행 기간은 오는 3월 31일까지다.

앞서 지난해 10월 산업부는 겨울철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오는 3월 말까지 공공부문의 강도 높은 에너지 절감 조치에 나선다며 공공기관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해 공고했다. 조치 대상은 중앙행정기관과 광역·기초지자체, 시도교육청, 공공기관, 지방 공사·공단, 국공립 대학 등 1019개 기관과 소속·산하기관 등이다. 공공기관 건물의 난방설비를 가동할 때 실내 평균 난방온도를 17도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력피크 시간대인 오전 9시부터 10시, 오후 4시부터 5시 사이에 주요 권역별로 순차적으로 난방기를 정지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불만민원이 속출하면서 실내온도 관련 내용을 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실내 난방온도 제한조치가 경직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국민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