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국민연금까지 뻗친 감사원 손길…대체투자 급제동 걸까
국내 기관투자가들 대대적인 점검 나선 감사원
2026년까지 대체 비중 15% 이내 늘릴 계획
대체투자 확대 기조 '급브레이크' 걸릴지 관심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감사원이 대체투자 경고장을 날린 국내 기관투자가에 국민연금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급격한 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운용실태를 점검하고 리스크가 커진 자산을 사전에 찾아내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투자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만큼 감사원이 이들의 투자 기조에 ‘급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감사원이 광범위한 자료를 모두 검토해 부실자산을 골라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가치가 달라지는 운용 특성상 감사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단독]감사원, 기관 대체투자 손 본다…대규모 감사 '드라이브')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대체투자 자산 자료를 제출했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감사원 공문을 받은 기관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한국투자공사(KIC) △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감사원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시기와 자료 제출 기한은 기관별로 상이했다. 이 밖에도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하반기 무렵까지 이미 감사를 받았으며, 군인공제회는 곧 정기감사를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자산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대체투자 부문 비중과 수익률, 개별 투자건 등 전반적인 투자자산 자료를 모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강원도 레고랜드 기한이익상실 사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대규모 점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감사원이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에 대체투자 자산 자료를 동시에 요청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수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본시장 큰손들이 대체투자 확대 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을지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원이 연기금과 공제회 각각 감사에 나선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한꺼번에 대규모 감사작업에 돌입한 것은 처음”이라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정치계에서도 기관들의 대체자산 비중이 높다고 우려하던데, 자금시장 경색 위기가 고조되다 보니 감사원 차원에서 투자 현황을 조사하려는 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확대 기조 변하기는 어려워”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 외에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투자 등 중위험·중수익 특성을 나타내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큰손들은 대체투자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나갔다. 실제로 올해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부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저조한 성적을 냈는데도 자산군 중 대체투자만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도 지난해 10월 말 기준 운용수익률이 -5.29%로 집계됐는데, 그중 대체투자가 15.64%로 지난해 연초 이후 줄곧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물론 대체투자 자산의 수익률은 대부분 이자와 배당 수익,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이익에 따른 것으로 연중 수익률엔 공정가치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국내 큰손들은 전통자산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대체투자 비중이 많은 기관일수록 전체 운용수익률이 양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상황이 안 좋아 대부분 기관이 손실을 피하기는 어려웠겠지만, 그중에서도 대체투자 비중이 컸던 기관은 선방했을 것”이라며 “대체투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어 위험 분산을 줄이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향후 5년간 중기자산배분안을 통해 국내주식과 국내채권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체투자 비중을 15% 내외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대체투자 비중이 16.6%(152조3500억원)로, 오는 2026년 말 목표로 설정한 15%를 이미 넘어섰다. 대체자산은 △사모투자 42.2%(63조7000억원) △부동산 31%(46조7000억원) △인프라 25.6%(38조6000억원) 등 순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자산 규모를 꾸준히 늘려가는 중이다.
이처럼 감사원이 대대적인 감사작업을 벌인다고 해도 국민연금을 포함한 대부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대체투자 확대 방침을 꺾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단기적인 변수로 수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의 방향성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며 “감사원도 전체 자료를 요구할 게 아니라 운용 원칙에 어긋나게 투자한 특정 자산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차례대로 대체투자 자산 관련 자료를 회수하면 내부적으로 검토한 이후 감사대상을 선정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감사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올 상반기 중에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현장 등 실질적인 본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연 (bigki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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