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딥] '처벌 없이' 보낸 1년…중대재해법 운명은?

박민규 기자 2023. 1. 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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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600명이 넘습니다. 일터에 나갔다가 퇴근하지 못한 사람이 오늘 하루만 해도 1명 넘게 나온다는 겁니다.

주말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토요일, 경기 화성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철근 구조물이 넘어져 40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일요일에는 부산 남포동 공사 현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쏟아져 내린 벽돌 더미에 맞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해서 노동자가 숨지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를 직접 처벌하는 게 중대재해처벌법 핵심 내용입니다.

■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하지만 처벌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지난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된 사건은 200여건, 이중 검찰이 재판에 넘긴 건 11건입니다. 아직 1심 판결이 나온 게 없습니다.

중대재해법, 형량이 아주 셉니다.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입니다. 특히 징역형은 상한도 없습니다. 강력한 처벌을 규정해두면, 사장님들이 안전 챙길 거란 생각에서 만들었습니다. 더는 일 하다 죽지 않도록, '예방' 책임을 제대로 지우자는 거였죠.

그런데 1년 동안 사고가 딱히 줄지 않았습니다. 법 시행 전부터 기업들은 '부담스럽다'고 싫어했던 법인데, 개정 요구는 더 커졌죠. 최근 정부는 아예 개정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문가 TF도 만들었는데, 이 논의 결과에 따라 처벌 수위와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처벌 조항, 없애야 하나

사장님에 대한 '면책' 요구는 더 커졌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재계에서 주장해왔고, 정부에선 기획재정부가 대변했습니다. 경영자 처벌 조항을 아예 없애고 '경제벌', 즉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사고가 거듭나거나, 고의성이 있을 때만 처벌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강하게 처벌해도 효과가 없으니, 처벌을 줄이자는 셈입니다. 개정을 앞둔 지금, 전문가들 의견은 다양합니다. 처벌보다 '예방'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거나 기존 법(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정비하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장님, 즉 개인에 대한 처벌 조항을 아예 뺄 수는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중대재해법을 없애지 않는 한 말입니다. 영국은 기업에만 벌금을 물리면서도 산재를 많이 줄였는데, 이건 우리와 법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법입니다. (우리 법은 법인의 독자적인 범죄능력을 인정하지 않아서, 개인과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으로 규율합니다.)

고용노동부도 개정의 목표는 '내실화'란 입장입니다. 기업이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고, 평소에 잘 지키라는 게 법의 취지죠. 그런데 1년 겪어보니까 기업들이 책임 피하기 위한 '서류 작업'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합니다.

특히 큰 회사들은 비싼 돈 주고 로펌에 자문 맡겨놓는 경우가 많고요. 형식적인 면에만 치중해서 '면피'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건데, 이걸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10여명이 독성 물질에 집단중독되면서 '1호 기소' 사업장이 된 에어컨 부품업체 두성산업. 재판 과정에서 중대재해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중대재해법은 또 한 번의 '중대 고비'를 맞게 됩니다. 내년이면 소규모, 즉 50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 대상이 됩니다. 2년 동안 유예 대상이었는데, 그 기간이 이제 1년 남은 겁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무려 90%가량을 차지하는 데다, 산업재해 80%가 집중됩니다. 사고에 취약한 동시에, 예방 체계를 만들 능력도 모자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작은 사업장은 처벌도 처벌이지만, 예방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법의 목표와 정책 방향은 분명합니다. 기업이 '안전'을 불필요한 비용과 부담으로 느끼는 대신, 당연한 투자로 인식하도록 하는 겁니다. 기업 스스로 노력해서만은 바뀌기 어려우니, 법과 정책으로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따라오지 못한다면, 주저 없이 제재하고 처벌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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