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세상 메타버스, 그리고 보안
얼마 전 구글트렌드를 통해 살펴보니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과 같은 새로운 가상융합환경을 대표하는 키워드의 검색량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던 메타버스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인 'CES 2023'에서는 올해 전시회의 핵심 트렌드로 '메타버스'를 제시하며 미래 먹거리로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타버스는 세상을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일까? 아니면 잠깐의 시류에 편승한 유행어일까?
'메타버스'는 미국의 SF작가인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발표한 '스노 크래쉬'(Snow Crash)라는 소설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30여 년이 지난 시점에 '메타버스'란 키워드가 다시 소환되어 주목을 받았을까? 필자는 3년 전 코로나 팬데믹이 주요한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갑자기 멈췄다. 그전까지는 당연했던 일상의 행동들이 갑자기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침이 되면 학교에 가고 회사에 출근하는 행위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만 할 수 있는 행동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생활을 이어가기 위하여 ICT를 기반으로 온라인수업, 화상회의 등과 같은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대면 수업과 대면 회의 대신에 기존에는 비상상황에서 보조수단으로 여겨졌던 화상회의, 온라인수업, 재택근무 등이 빠르게 일상화된 것이다. 물리적으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실제 만난 것과 같은 비슷한 느낌이나 경험을 제공하는 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 3월 메타버스의 대표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그해 말에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 분야에 대한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2022년이 지나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NFT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급감하였다. 또한, 세계적인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분위기 또한 차가워졌다.
그렇다면 이제 메타버스는 한 때 유행어로 치부하는 것이 맞을까? 보안분야를 연구·개발하는 필자는 우리가 메타버스에 계속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특정 서비스나 제품에 있다기보다는 '연결'에 있다고 본다. 메타버스를 표방하는 특정 서비스나 제품은 출시되었다가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어 공진화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방향성은 계속 유효할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도 코로나 이전으로 그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경험했던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이 아직까지는 대면 만남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 시간과 연료 절약 등과 같은 실질적인 편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로운 환경의 요구사항에 필요한 연결들이 지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연결'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보안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공격표면(Attack Surface)을 늘린다. 연결이 많아질수록 해커들이 공격하는 부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말이 있다. 공격표면이 늘어나는 것이 무서워 '연결'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보안의 역할은 새로운 연결에서 발생하는 공격표면을 없애고 안전하게 잘 관리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의 회자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기보다는 메타버스가 가진 '연결'이라는 특징을 이해하고 이를 통한 기회들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필자와 같은 보안연구자들에게는 '안전한 연결'이라는 큰 숙제가 따라 다니겠지만, 메타버스 세상은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세상이 오면 우리는 아마도 메타버스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당연한 것에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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