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그동안 고생했어. 나랑 놀자[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2021년 7월에 한시적 돌봄 교사로 입사해 아이들과 적응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날이 많고 줌으로 수업하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센터에 오면 항상 밝은 모습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이 예쁘기만 했다.
7월 어느 날 갑자기 센터 아동 어머니께서 전화로 본인과 아이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전해 주셨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가까이에서 일어나 다들 너무 놀랐지만, 전체 부모님들께 공지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는 등 매뉴얼에 맞춰서 신속하게 대처했다. 다행히 전원 음성이 나왔지만 바로 센터가 폐쇄돼 2주간 아이들이 센터에 오지 못하게 됐다. 제일 큰 걱정이 아이들 점심식사였는데, 시에 문의해 다행히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힘든 줄도 모르고 도시락을 전달해 주었다. 센터와 가까운 아이들은 직접 와서 가져가기도 하고 조금 거리가 먼 친구들은 집 앞에까지 가져다 주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다들 밝은 표정으로 도시락을 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걱정하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먼저 안부를 전해 주어 안심이 됐다.
센터 폐쇄기간 중 혹시라도 지역아동센터의 공백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힘든 점은 없는지 상담전화를 하면서 아이들과 안부를 전했다.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을 줌 수업으로 진행하면서 학습의 결손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어느덧 격리해제 전 코로나19 검사까지 마치고 무사히 센터에 다시 나오게 된 아동들은 이전보다 더 조심하면서 지내는 모습들이었다. 다만 확진된 아동이 센터로 다시 왔을 때,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진된 아동을 외면하거나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돼 혹시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괜한 기우였다.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아동은 격리기간이 끝나고 완치 판정을 받은 후 다시 센터에 왔지만 뭔가 어색한지 쭈뼛쭈뼛 신발장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때 센터 친구들이 우르르 나가서 “○○ 언니, 그동안 고생했어” “언니, 너무 보고 싶었어” “ 집에 있으면서 심심했지? 나랑 보드게임 하자” 등등 먼저 말을 걸면서 그 아동을 데리고 들어왔다.
센터 아이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스스럼없이 같이 이야기하고 노는 모습이 선생님들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의외로 당차게 잘 이겨낸 아동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아동에 대한 편견 없이 먼저 다가가 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말을 걸어 주는 아동들의 모습에 아직 세상은 참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마스크를 벗고 즐겁게 왁자지껄 지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미선(LH행복꿈터 남양주 YWCA별빛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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