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권익’보다 반미 투쟁 등 앞장… 北 연계조직 침투 정황

정지혜 2023. 1. 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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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경찰, 국보법 위반 수사
민주노총 조직국장 총책 역할
보건의료 노조 등 3곳 하부망
해외서 접선뒤 지하 조직 구성
창원·진주, 제주 사례 수법 유사
민노총, 수사관과 거친 몸싸움
한국노총 “압수수색 퍼포먼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수년간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방첩 당국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민주노총 간부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주한미군 철수나 국가보안법 철폐, 윤석열정부 비판 등의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이 최근 한국 내 지하에서 암약하는 지하 간첩 조직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북한과 연결된 간첩단에 대한 방첩 당국의 수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출입통제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오전 민주노총 관계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동안 투입된 경찰력이 건물을 둘러싸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민주노총 트위터 캡처
◆민주노총 간부가 ‘총책’ 활동 정황… 국정원·경찰 전격 압수수색

이날 국정원과 경찰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것은 민주노총 조직 전체가 아닌 소속 조합원 4명이다. 최근 수년간 국가보안법 위반 등 사건 수사를 진행하면서 피의자들의 북한 연계 혐의와 관련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번 압수수색이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제주 ‘ㅎㄱㅎ 사건’ 등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첩 당국은 앞서 압수수색에 나섰던 경남 창원·진주, 제주 사례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별도의 지하지도부를 결성한 수법 등이 유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총책 격인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광주 기아차 공장 등 3곳에 하부망을 조직해 활동해 온 혐의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전국 각지에 결성된 북한 연계 지하조직의 일부가 민주노총에 침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자 권리 신장 등을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인 민주노총은 그동안 본연의 기능과 다른 반미 투쟁 등 정치 구호 선동에 주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어느 정도 규명되느냐에 따라 진보 단체를 이용한 특정 여론 조성 등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찰은 아직 자세한 수사 내용을 알릴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전했다.
18일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언제적 국가보안법이냐” 거센 반발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은 압수수색을 저지하는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수사관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취재진까지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이 영장 집행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데도 경찰과 국정원이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정부의 실책을 감추기 위한 공작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양아치야? 여기 왜 왔어”라고 했고, 수사관들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진입하겠다”고 하자 “뭐하는 거야 ××들아”, “국정원 개××들” 같은 욕설을 반복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언급하자 이들은 “×랄하고 자빠졌네”라며 “언제적 국가보안법이야. 미친 거 아니냐?”라고 반응했다. 사무실 입구가 수사관들로 가득 찼다는 이유로 이태원 참사에 빗대기도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왜 자꾸 쳐들어와. 좁아 터지는데 왜 이렇게 들어오는 거야. 이태원 참사 사고 난 거 기억 안 나?”라며 고함쳤다.
대치 중인 민노총·국정원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가운데 민주노총 측이 사무실에 진입하려는 국정원·경찰과 대치 중이다. 이날 국정원과 경찰은 민주노총 간부 등이 북한 공작원 등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확보하고 민주노총 본부와 영등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민주노총 트위터 캡처
결국 한 시간가량 이어진 대치 끝에야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다. 민주노총 측은 조합원 한 명이 변호사와 참관하는 조건으로 수색 진행에 합의했다. 이날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엔 경찰 700여명이 출동했고, 소방 당국도 구조공작차량과 사다리차, 구급차 등과 함께 대원 20여명을 보냈다. 사무실 건물 입구에는 에어 매트가 설치되기도 했다.

당국의 압수수색 집행에 민주노총은 윤석열정부를 직격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정부에게 민주노총은 퇴행을 거부하며 맞서 싸우는 눈엣가시일 것”이라며 “아마도 오늘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연계해 노동조합 내부에 침투한 불온세력 운운하며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을 흠집 내는 데 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노조와 민주노총을 음해하려는 현 정권에 맞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말실수하고,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 문제 등에 대해 나오는 얘기가 이번 압수수색으로 싹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민주노총을 지원 사격했다. 한국노총은 “겨우 한 명을 압수수색하는 데 국정원 직원과 경찰 수십명을 동원하고 사다리차에 에어 매트까지 설치하는 ‘압수수색 퍼포먼스’를 진행했다”며 “세간의 소문대로 윤 대통령의 ‘UAE 적은 이란’ 발언을 덮으려 기획했거나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지키려고 벌인 쇼는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지혜·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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