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 의원, 공무원 머슴 부리듯… 개인 심부름에 뒤치다꺼리
해외연수때 개인 심부름 다반사
공관차량 자가용처럼 타고 다녀
동행 공무원, 가이드·짐꾼 취급
사례 1. "지방의회는 대부분 의회사무처 직원들을 대동해 해외연수를 나가는 데, 의원들 대다수가 사무 직원들을 함부로 부려먹어요."
최근까지 모 광역자치단체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던 공무원 A씨는 당시 도의원들을 수행한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의원들이 공무원을 상대로 개인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자기 짐을 떠맡기는 일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A씨는 "주로 자기를 먼저 챙기라는 요구가 많다"며 "당연하지 않은 일을 너무 당당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사례 2. "일정 내내 공관 차량을 자가용처럼 타고 다니는 경우도 있고, 공식 일정을 제쳐두고 관광을 가는 사례도 있어요."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을 목격한 한 공무원 B씨 얘기다. 의원들이 경제협력, 산업현장 시찰 등을 내걸고 여러 지역을 방문하지만, 산업·문화시설 시찰은 하지 않고 일정을 관광과 쇼핑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 가이드나 통역을 자연스럽게 요구한다고 했다. B씨는 "의원들이 좋은 식당에 가서 배려한답시고 공무원들에게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며 "상당히 불편하다"고 했다.
1월 의원외교 활동을 위해 출장 중이거나 출장을 가는 여야 의원이 최소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의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보통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가면 현지 공무원이나 동행하는 공무원이 온갖 '잡일'을 하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측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베트남·인도네시아를 순방한다. 박광온·전재수·김회재 민주당 의원과 유상범·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동행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0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및 스위스 일정을 같이 하고 있다.
의원들의 개별 출장 일정도 적지 않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윤후덕·민병덕 민주당 의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과 10일 태국을 찾았다.
국회 아프리카새시대포럼 소속인 설훈·이원욱·전혜숙 민주당 의원,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출장길에 올랐다. 이들 의원들은 18일까지 아프리카에 머문다. 김영배·신동근·신정훈 민주당 의원과 최승해 의원은 지난 12일 코스타리카로 떠났다. 앞서 국회 한일연맹의원 소속 여야 의원 10명도 1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의원들의 잇단 해외출장이 1월 중반 이후까지 몰리면서, 이들을 향한 의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경제협력, 산업시찰, 의회외교 등 공익적 명분을 내세우는 만큼, 모든 일정과 편의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시 재외공관 업무협조 지침'도 공무로 해외를 방문하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재외공관은 입국심사와 통관절차, 이동편의 등 업무 협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개 공관의 외교관이나 동행하는 공무원들은 방문 시 공항 출입국 간소화, 차량과 기사, 공식일정 주선, 방문 기간 담당 영사 동행 등의 편의를 제공한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의원들이 불필요한 의전을 요구해 행정낭비가 심하다는 점이다. 해외 공관에 근무한 외교관이나 동행 공무원들은 통역이나 관광가이드, 심지어는 짐꾼이 되기 일쑤다.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C씨는 "영사가 공항부터 숙박, 식사, 행사 등 거의 모든 일정을 의원과 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 과정에서 계속 도움을 받다보니 개인적인 요구도 상당히 많이 한다"고 전했다.
특히 수행에 시간과 노력을 쏟느라 공관 본연의 임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있다. 한 국회의원은 남미 방문 길에 LA를 경유지로 들러 동포 간담회를 갑자기 지시해 총영사관 영사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무늬만 출장이고 실상은 여행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활동이 끝난 뒤 보고서를 제출하고 공개하도록 한 규정이 유명무실해서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매번 반복되는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해 "(의원들의) 출장 전 심사가 필요하다"며 "(출장 후) 한 달 뒤 만들어지는 보고서도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방문 후 바로 한 장짜리 보고서를 공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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