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동남아·印과 과기교류 늘릴때"

고광본 선임기자 2023. 1. 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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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KIST 준공식 찾은 오태석 과기부 1차관
韓기업, 베트남 GDP의 30% 차지
V-KIST 설립, 양국 협력 강화 계기로
印, 우주분야 우리보다 30여년 앞서
인적교류·공동연구 등 적극 나서야
[서울경제]
오태석(왼쪽 네 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베트남판 KIST인 V-KIST 준공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과기정통부

“대기업들은 베트남과 인도 등에 연구소도 운영하지만 결국 정부가 나서 정부 출연 연구원, 학계, 기업 등과 같이 과학기술 교류 협력을 늘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기술 패권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베트남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인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준공식 참석차 현지를 방문 중인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8일 서울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이제는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중 패권 전쟁의 여파로 기업들의 탈중국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남아·인도·중동 등과 과학기술 협력을 늘려야 중소·벤처기업 등의 협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차관은 “삼성의 경우 인도에 현지 소프트웨어 인력을 활용해 연구소를 열었고 지난해 말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글로벌 기업으로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16층짜리 ‘삼성R&D센터’를 지었다”며 “이번에 삼성R&D센터의 모바일·네트워크 연구 현장도 둘러봤는데 아무래도 현지 인력 활용이 우선”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베트남·인도 등과의 과학기술 교류 협력의 장이 부족했다며 하노이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호알락 하이테크파크에 들어선 V-KIST가 현지와의 본격적인 협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삼성 등 우리 기업 8000여 개가 진출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의 영향력이 크다.

오 차관은 “2012년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베트남 총리가 ‘KIST 같은 것을 지어달라’고 요청해 국제교류협력단(KOICA)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이번에 1단계 연구동을 완성한 것”이라며 “2단계로는 2025년부터 추가 연구동 건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V-KIST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을 집중 연구하며 KIST 강릉 분원과 현지 천연물에서 기능성 약물을 추출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라든지 다양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지 과일에서 안과 질환 치료 물질을 찾거나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가축을 열화상으로 검진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식이다.

오 차관은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 차관과 만나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16년부터 추진해온 탄소광물화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자는 것”이라며 “베트남도 우리처럼 2050년 탄소 중립을 공표했지만 탄소 중립 기술이 부족하다. 동남아 기후위기 기술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탄소 포집을 통해 대륙붕에 묻는 방식에서 나아가 탄소와 기존 물성을 결합해 시멘트처럼 만들어 건자재로 활용하려는 연구를 하는데, 한·베트남 지질연 간 MOU를 통해 협력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제 베트남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재를 이용해 탄소광물화하는 쪽에 관심이 많다.

주인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경험이 있는 오 차관은 인도와의 과학기술 교류 협력과 관련해 “인도가 인구·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삼성·현대차 등 기업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동하려고 하지 인도는 정주여건을 들어 꺼리는 바람에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뉴델리에 과기정통부의 혁신센터가 있고 벵갈루루에 KIST 산하의 한·인도 과기협력센터가 있지만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오 차관은 “인도가 IT·우주·바이오 등도 강하고 미국 등 해외에 인도계가 많이 진출해 있다. 뱅갈루루는 선선하고 정주여건도 좋아 글로벌 IT 기업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며 “우주 분야의 경우 인도가 우리보다 30~40년 앞서 있고 굉장히 저렴하면서 혁신적 방법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어 벤치마킹할 게 많다. 제약 산업도 커 임상 여건 역시 좋다. IT·나노 분야에서도 협력할 게 많다”고 설명했다. 오 차관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이 인도를 탐방할 계획”이라며 다른 출연연들도 인도와의 공동 연구와 인력 교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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