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만에 고향 갑니다"…中 위드코로나 첫 춘제 대이동

한종구 2023. 1. 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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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터미널마다 인산인해…연인원 21억명 이동 예상
중국 춘제 앞두고 기차 기다리는 사람들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둔 18일 베이징 최대 기차역인 베이징서역에서 중국인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고향에 가지 못했는데 올해는 걱정 없이 고향에 다녀올 수 있게 됐습니다."

1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최대 기차역인 베이징서역 앞에서 만난 중국인 남성 천모 씨는 한 손에는 여행용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선물 꾸러미를 들고 시종일관 싱글벙글했다.

그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3년 만에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울컥한다고 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대륙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연휴는 춘제 이틀 전인 20일부터지만 올해는 3년간 계속된 강력한 '제로 코로나'가 폐기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뒤 맞는 첫 명절인 만큼 오랫동안 고향에 가지 못한 중국인들이 휴가 등을 활용해 일찌감치 고향을 찾고 있다.

고속철도인 '가오톄'(高鐵)를 타고 짧게는 4∼5시간부터 길게는 8∼9시간을 가야 하는 귀성 전쟁에도 사람들의 표정은 이미 고향의 부모님을 만난 모습이었다.

베이징서역 대합실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이날 새벽 학교가 있는 지린성 창춘에서 기차를 타고 베이징에 왔다고 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할아버지·할머니가 있는 광둥성 광저우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는 "허베이성에 사는 부모님은 이미 광저우로 출발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3년 동안 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할머니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를 실컷 먹고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춘제 앞두고 고향 가는 사람들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둔 18일 중국인들이 베이징 최대 기차역인 베이징서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춘제 때만 해도 고향에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있거나 현재 사는 지역에 감염자가 있으면 고향에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방정부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타지에서 온 사람들을 7∼14일간 격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중국인이 길게는 3년 동안 고향에 가지 못했다.

베이징에서 경비원으로 일한다는 한 청년은 고향인 허난성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기차역에 사람이 정말 많고 표를 사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걱정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고향에 다녀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일찌감치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지난 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40일을 춘절 특별 운송, '춘윈'(春運) 기간으로 정하고 기차 증편 등 특별수송을 시작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온 사람들은 이미 상당수가 고향으로 돌아갔다.

평소라면 호출 뒤 2∼3분이면 도착하는 공유 차량을 15분 이상 기다려야 하고 택배 배달이 지연되는 일도 다반사다.

한 공유 차량 기사는 이날 "동료 기사의 40% 정도는 이미 고향에 갔다"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집에 가지 못했던 사람들은 한 달가량 고향에 머물다 돌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기다리는 중국인들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둔 18일 베이징 류리차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중국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인에게 춘제는 명절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다궁런'(打工人)에게 춘제는 가족과 함께 '녠예판'(年夜飯·섣달 그믐날 먹는 음식)을 먹으며 지난 1년간의 고단한 삶을 보상받는 시간이다.

베이징서역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만난 기사에게 춘제의 의미를 묻자 '정신적 계승'(精神傳承)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사는 "중국인에게 춘제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특별한 날로, 반드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는 기간"이라며 "올해는 방역 정책이 완화된 만큼 더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랴오닝성, 산둥성, 네이멍구 자치구 등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류리차오(六里橋) 고속버스 터미널에도 고향에 가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인산인해였다.

대합실 의자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고, 사람들 옆에는 고향의 가족에게 줄 각종 선물 보따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터미널 내부 마트 점원에게 춘제 선물로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 뭐냐고 물으니 오리 구이 등 베이징 특산품과 건강식품이라고 소개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성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베이징 오리 구이와 화장품을 준비했다"며 "이번 춘제에는 젠캉바오(健康寶·방역용 건강코드 애플리케이션)도 필요 없고, 고향의 방역 상황을 체크할 필요도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국은 올 춘윈 기간 연인원 20억9천5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9.5%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춘제 인구 대이동 기간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방역 조치 완화로 대규모 인원이 고향을 찾으면서 의료 여건이 취약하고 노인 등 고위험군이 많은 농촌 지역에서 대규모 감염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당국은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농촌을 중심으로 한 고위험군의 감염 예방과 치료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 고향 방문 시 주의사항 등을 발표하고 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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