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파업' 못하게 … 화물차 늘리고 다단계 지입구조 뜯어고친다
운송사업자 직영 의무 확대
뿌리 깊은 지입제 손보기로
차주 안정적 소득 보장 위해
유가 연동한 표준계약서 도입
운임 결정때 화주 입김 강화
정부가 화물자동차 차주들의 '최저운임'인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바꾸는 한편 화물차 운송 시장에 뿌리 깊게 박힌 '지입제도'를 이번 기회에 대폭 손보기로 했다.
국내 화물차 운송업은 2020년 기준 연간 매출액 약 33조원, 종사자 약 41만명, 기업체 수 35만개에 이른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화물차 운송업 시장은 등록제로, 신규 차량 진입이 자유로웠으나 운임 하락에 반발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화물연대본부가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를 벌인 직후 2004년에 허가제로 전환했다. 현재 국내 사업용 화물차는 44만5000대로 증차는 사실상 막혀 있다.
이런 규제 환경에서 수십 년간 뿌리내린 것이 지입제다. 화물차주들은 차량 1대만 구입한 뒤 운송사 또는 운송주선사와 '지입(위수탁)' 계약을 맺고 일감을 따냈다.
이 같은 지입 구조는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거치는 기형적인 다단계 운송 구조를 만들어냈다. 또 화물차주에게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빌려주면서 이들에게 일감을 배당(배차)하지 않고 사용료(지입료)만 챙기는 '지입 괴물(지입 전문업체)'까지 생겼다. 국토교통부는 최소 수천 개, 최대 7000개 가까운 지입 전문회사가 국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18일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통해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운송 구조의 두 축은 안전운임제 개편과 지입제도 혁신이다. 우선 안전운임제는 표준운임제로 명칭을 바꾸고 강제성을 완화했다. 정부와 화주(기업), 운송업계, 차주 대표가 모여 매년 표준 운송·위탁운임을 고시하고 차주들이 화주나 운송사에서 수령하는 운송 운임은 강제화한다. 하지만 화주가 운송사에 지급하는 위탁 운임은 강제성을 띠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만 작용한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한시 도입해 지난 연말 일몰로 종료된 화물차 최저운임제다. 시멘트와 수출입 컨테이너에 제한적으로 적용했고 차주들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운임을 지급했지만 원래 목표로 했던 화물차 과적·과속 운전 행태는 개선되지 못했다. 표준운임제 역시 202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분야에만 적용하며 제도 성과에 따라 계속 제도를 유지할지 결정하게 된다.
유가 변동에 취약한 화물차주 소득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운임과 유가를 연동한 표준계약서도 도입된다. 이 밖에 화주들이 개선을 요구해온 운임결정구조도 개편을 추진한다. 화주들은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가 공익위원 4명, 화주 대표와 운수사·차주 대표가 각각 3명씩 구성돼 운임 인상 이득을 공유하는 운수사와 차주들 입김이 지나치게 세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검토하는 개편안은 공익위원 6명, 화주 대표 3명에 운수사·차주 대표를 각각 2명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지입제 개선안은 실효성 있는 제재 규정을 통한 지입 기업의 정상 운송업무 확대가 핵심이다. 정부안은 운송사의 최소운송의무 실적을 보유한 차량(차량 번호판) 단위로 관리하도록 개편하고, 실적 신고 간격도 1년 단위에서 분기 등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최소운송의무를 위반한 운송사는 기존 영업정지가 최대인 행정처분 수준을 사업 허가 취소 등으로 강화하고 최소운송의무 비율도 높인다. 최소운송의무제는 직접운송의무제와 함께 지입·다단계 구조를 막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규정이지만 지금은 사문화돼 있다.
정부는 특히 운송사의 직영 확대 유도를 위해 신규 증차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이는 총량 규제의 부분적 해소다. 정부는 운송사가 차량과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 운영에 대해 차종과 관계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 화물차주들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를 야기한 안전운임제 논란을 풀려면 근본적으로 지입제와 총량규제를 깨뜨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이날 "표준운임제는 운송사와 차주들 간 싸움을 붙이는 제도"라며 "화주들이 지급하는 위탁·운송 운임부터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에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다수 참석해 욕설과 고성으로 토론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종혁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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