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항·대심도터널이 ‘온실가스 배출사업’ 아니라는 서울시
서울시가 올해 기후예산서에서 서울항, 대심도터널 등 대규모 토건 사업을 온실가스 ‘배출사업’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시민단체 등은 서울항, 대심도터널(빗물배수시설) 등 대규모 토건사업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할 것이라 비판해왔다. 서울시는 기후예산서를 작성하고도 “법령상 예산안 첨부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예산을 심의해야 할 서울시의회에도 제출하지 않았다.
18일 서울환경연합이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은 서울시 ‘2023 회계연도 기후예산서(안)’를 보면 서울시가 올해 추진할 서울항, 대심도터널 등은 예산 항목에서 찾을 수 없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철강, 시멘트 등을 다량 사용하는 대규모 토건 사업임에도 온실가스 ‘배출사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이다.
기후예산제는 모든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영향에 따라 감축, 배출, 혼합, 중립 등의 ‘꼬리표’를 붙여 국가나 지자체의 기후변화 개선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쓰고,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서울시는 2021년 낸 보도자료에서 “시 예산 사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평가해 온실가스 감축이 예상되는 사업은 확대하고, 배출이 예상되는 사업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배출을 상쇄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의 기후예산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예상되는 사업을 확대하고, 배출이 예상되는 사업의 규모를 축소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서울항, 대심도터널과 같이 예산서에서 제외된 사업이 어떤 기준으로 제외됐는지도 알 수 없다. 서울시 기후예산서가 ‘총칙’ 없이 각 부서의 사업들을 ‘배출’, ‘감축’, ‘혼합’이라고 꼬리표를 붙이고, 나열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통상 예산서에는 예산서의 목적과 대상 사업 선정 기준, 제외 대상과 그 이유 등을 설명하는 ‘총칙’, ‘개요’ 등이 포함된다.
서울시의 ‘기후예산서’에 포함된 감축, 배출, 혼합사업의 총 예산액은 약 3조1216억원으로, 전체 예산 54조4380억원의 5.7%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예산의 94.3%가 ‘중립’ 사업으로 분류됐다. 서울시가 예시로 들었던 프랑스의 녹색 예산에서는 2021년 기준 9.1% 정도가 녹색예산제에 포함됐다. EU는 2027년까지 기후변화 관련 정책에 전체 예산의 30%를 사용할 것과 대비된다.
서울시가 기후예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후환경본부는 모든 예산 사업을 해당 사업부서와 협의를 거쳐 분류하고 중립사업은 기후예산서에서 제외한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은 “사업 부서 입장에서 논란이 될 만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감추려고 할 수 있다”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의 적절한 통제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연계 필요”
서울과 같이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에 속한 노르웨이 오슬로의 기후예산은 해당 연도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와 제한량이 명시돼 있다. 도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 연도의 예산안이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였는지도 계산한다.
이와 달리 서울시 기후예산서는 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연계돼 있지 않다. ‘배출사업’으로 분류된 사업이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할지 추정하지 않아, 시의 예산으로 인해 발생할 온실가스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초등돌봄시설 틈새 보완을 위한 거점형 키움센터 설치’ 사업은 배출사업으로 분류됐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없고, 건물의 간판 전등을 LED로 사용하게 하면서 105.33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정보만 담겨있다. 유사한 사업이 각각 ‘혼합’, ‘배출’ 사업으로 달리 분류된 사례도 있었다.
김 기획위원은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이라고 하려면 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고, 사업 변경을 통해서 서울시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 연도별 목표와 대비해 얼마나 달성이 된다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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