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중 포위망’에 네덜란드 끌어들이려는 바이든

조해영 2023. 1. 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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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제조 장비 분야의 강자인 일본·네덜란드 정상과 잇따라 만나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에 참여해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은 미국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램리서치, 케이엘에이(KLA) 세 곳과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에이에스엠엘(ASML)까지 다섯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79.5%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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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반도체 수출 규제 설득
ASML, 극자외 노광장비 공급 업체
2019년 4월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에이에스엠엘(ASML)의 모습. 펠트호번/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제조 장비 분야의 강자인 일본·네덜란드 정상과 잇따라 만나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에 참여해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양국 모두 공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자국이 경쟁력을 갖는 핵심 산업의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즉답을 내놓진 않았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공급망의 중요성과 국가 안보와 경제 번영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공개된 머리발언에서 “우리는 함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솔직히 말해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심화하고 ‘공급망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논의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추진 중인 포괄적인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조처에 네덜란드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조처를 보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AI)·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판매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선 1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일본의 협력을 요청한 뒤 불과 나흘 만에 뤼터 총리와 만나 네덜란드의 참여를 요청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과 네덜란드의 협력을 중시하는 것은 이 두 나라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은 미국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램리서치, 케이엘에이(KLA) 세 곳과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에이에스엠엘(ASML)까지 다섯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79.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업체 에이에스엠엘은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 업체이다. 중국이 이 회사의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미국이 이들과 얼마나 확고한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회담 뒤 브리핑에서 ‘반도체 규제 논의에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동맹국이나 파트너를 압박하지 않는다. 그들과 긴밀히 상의하고, 그들이 결정을 내린다”며 “이 문제가 국가안보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중요한 지역적·세계적 문제들과 함께 이를 논의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뤼터 총리의 반응도 비슷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뤼터 총리는 회담 후 네덜란드 티브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협력에 있어 ‘점진적’으로 좋은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서방 국가들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 우위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첨단 칩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 나라’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한 기술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이 수출 규제 때문에 지장을 받아선 안 된다고도 언급했다. 네덜란드가 미국의 새 규제 강화 조처에 동참하면, 2021년 실적 기준으로 에이에스엠엘 매출액의 약 15%인 22억달러(약 2조7225억원)가 영향을 받게 된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답을 머뭇거리긴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일본의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 지금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미국을 포함해 동맹국, 동지국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응을 고민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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