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너머’ 시간을 품은 전주 원도심 이야기

정윤지 여행플러스 기자(jeong.yunji@mktour.kr) 2023. 1.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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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전주 원도심
예술로 도시재생을 이끌다…전주현대미술관
주민과 청년의 사랑방…공유공간 둥근 숲
도서관 여행자를 품다…다가 여행자 도서관
다가 여행자 도서관의 별빛책장 / 사진 = 정윤지 기자
1950년대 이후 한국의 국토 개발 기조는 ‘시가지의 확장’이었다. 도시 개발 정책이 ‘도시 성장’에 중점을 두면서 자연히 지역개발 정책은 신시가지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 기반시설은 신도시 지역으로 집중되고, 원도심은 인구 유출과 함께 점차 낙후하기 시작한다. 나아가 원도심 투자 감소와 쇠퇴, 인구 유출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구도심의 급격한 쇠락을 야기한다.

도시재생의 의의 / 사진 = 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
이러한 사회 기조에서 제시한 개념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비활성화한 구도심에 다양한 기능과 인프라를 채워 넣어 구도심의 기능을 재활성화 시키자는 움직임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물리·환경적, 경제적, 생활·문화 시설을 투입하는 것이다.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관광자원을 투입해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정주환경이란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사는 생활 환경을 말한다.

도시재생의 물결은 전국 지자체로 이어진다. 이 움직임에 전통문화의 고장 전라북도 전주시도 합류했다. 생활공간부터 문화시설, 골목길 등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도시재생 사업의 손길이 닿으며 다양한 볼거리를 조성했다.

그중 대표적인 명소가 전주 한옥마을이다. 전주시는 기와집이 밀집한 원도심을 정비하고 보전하면서 ‘한국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관광자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여기에 미식, 쇼핑,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더해지며 연간 1000만 관광객이 찾는 전주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관광 자원 개발로 도시의 재생을 선도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 사례가 된 전주 한옥마을. 제 2의 한옥마을이 될 곳이 어디에 있을까. 전주 원도심에서 도시재생과 함께 꽃 피운 시간 여행 명소를 찾아봤다. 한옥마을 그 너머에서 들어본 전주 원도심 이야기를 전한다.

예술이 불러온 도시재생, 전주현대미술관
전주 원도심의 중심인 남부시장. 지금은 전주 원도심에서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로 꼽히지만, 한때는 전국의 상인들이 몰려드는 상업의 메카였다. 그 역사가 조선 중기부터 이어졌다고 있다고 하니 그 역사성은 말 다 했다.
전주현대미술관 전경 / 사진 = 정윤지 기자
전주 남부시장과 이어진 풍남문 2길. 그에서 뻗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흰 외벽의 전주현대미술관(JeMA)이 보인다. 전주현대미술관은 인쇄소와 제약회사 건물로 사용하다가 방치하던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대안미술공간이다. 눈에 띄어야 할 예술 공간이 어쩌다 골목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게 됐을까.

이기전 전주현대미술관장은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미술관이 원도심에 자리 잡은 이유로 ‘빌바오 효과’를 언급한 바 있다. 빌바오 효과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에 미술관이 들어서며 낙후지역의 재활성화를 불러온 효과를 이른다.

칙칙한 공업도시에 독특한 건축미의 미술관이 들어서고 이에 따라 관광객들을 유입하며 문화 예술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미술관 하나가 도시재생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전주현대미술관은 다양하고 생동감 있는 기획을 통해 전주 원도심을 더욱 살기 행복한 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운영 목표를 가진다. 전주 원도심 재활성화의 핵심 공간이 되겠다는 포부다. 이에 전주현대미술관은 즐거운 미술관, 상상하는 미술관, 창조하는 미술관, 공유하는 미술관이라는 4대 목표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 및 교육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주 현대 미술관에서 진행된 ‘영?호남 미술교류전’ / 사진 = 정윤지 기자
총 3층 규모의 미술관 건물은 모든 공간 구성이 예술의 장으로 기능한다. 1층은 기획 전시 전용 공간으로, 제2전시관이 있는 2층은 기획 전시와 소규모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실외공간과 실내 공간이 함께 있는 3층은 전시공간인 동시에 작은 공연을 선보이는 소공연장으로 이용한다.

지난 12월 말의 전주현대미술관은 ‘영?호남 미술교류전’이 한창이었다. 영남과 호남의 지역 문화 예술을 교류하는 특별전이다. 각 지역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로, 지역 문화예술인 간의 소통의 장을 꾀했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미술관의 모습과 어쩐지 겹쳐보이는 전시 주제였다.

지역 청년과 주민의 사랑방, 공유공간 둥근 숲
옛 고물자 골목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 / 사진 = 정윤지 기자
이름도 생소한 고물자 골목. 조선시대 은방 골목에서부터 시작해 한국전쟁 직후 구호물자 보급품을 거래하는 곳으로 이름나며 구호물자 골목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양키 골목으로 또 배차장 골목, 한복골목 등으로 이름을 바꿔오던 것이 현재 구호물자를 빠르게 발음한 ‘고물자’골목으로 이름이 굳어졌다.

고물자 골목 깊숙한 곳에는 지역 청년과 전주 시민이 공유하는 공간 ‘공유 공간 둥근 숲’이 자리한다. 2019년 문을 연 이 곳은 여관과 요양원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탈바꿈 한 공간이다. 과거 여행자와 노인을 대상으로 기능을 하던 건물이 현재는 골목 주민과 청년 창업자들이 함께하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했다.

고물자 골목에 마련된 공유 공간 둥근 숲 / 사진 = 정윤지 기자
총 3층 규모의 둥근 숲은 공유 카페와 공유 주방, 공동 작업장 등으로 구성한다. 1층에는 공유 주방과 라운지 있다. 주민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사랑방이자 교류의 공간이다. 라운지는 평소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지만, 간간이 강연과 마켓이 열리면 지역 주민들이 한데 모이는 교류의 장이 된다.

2, 3층은 작업장이다. 2층은 라운지 및 개별 공간으로 나뉜다. 각 개별 공간은 소규모 커뮤니티가 활동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로, 청년들의 작업실이자 주말 클래스가 열리는 곳이다. 3층은 공유 사무실 구조다. 현재는 각 조합과 영화 제작소 등이 입주해 저마다의 꿈을 키우고 있다.

여행자를 품은 도서관, 다가 여행자 도서관
좌측부터 다가 여행자 도서관 외관과 1층 다가오면 공간 / 사진 = 비짓전주(좌), 정윤지 기자(우)
웨리단길은 과거 예비부부들이 예물과 한복을 구매하는 등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한 거리다. 골목을 따라 금은방, 한복집, 웨딩 스튜디오 등이 남아 그만의 독특한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웨딩거리의 끝은 차이나 거리와 이어진다.

2003년 중국 소주시와 협약을 맺으며 조성한 차이나 거리는 중국풍의 바닥 타일과 가로등 등의 시설을 갖춘 이색 테마 거리다. 현재는 청년들과 젊은 예술가들이 둥지를 튼 공간으로, 골목을 따라 가죽 공방과 화방, 술집 등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며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다.

여행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2층 머물다가 공간 / 사진 = 정윤지 기자
웨딩거리와 차이나 거리가 만나는 교차점에는 알록달록한 색채로 눈길을 끄는 건물이 있다. 다가 여행자 도서관이 그것이다. 다가 여행자 도서관은 옛 치안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립 도서관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 정보가 가득하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총 4층 규모의 공간이 여행 잡지와 도서, 가이드북 등 다양한 여행 정보로 채워진다.
다가 여행자 도서관 지하 1층 다가독방 / 사진 = 정윤지 기자
입구가 있는 1층 공간의 이름은 ‘다가오면’이다. 그 이름처럼 여행자를 맞이하는 공간이다. 국내외 여행 가이드북과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를 갖추고 있다. 이밖에 여유롭게 앉아서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야외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정원’과 ‘책풍덩’ 등의 공간이 있다.

2층은 서로의 여행을 소통하는 ‘머물다가’다. 여행잡지와 그림책 등을 비치하고 있다. 공간 중심으로는 대형 테이블이 있어 여행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창 측으로는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책상과 평상 등으로 구성해 여유롭게 도서를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아울러 여행을 설계할 수 있는 지하 1층의 다가독방, 3층에 위치한 옥상정원 ‘노올다가’등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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