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 낳는 중국, ‘인구 대국 1위’ 명함 인도에 내줬다
현재 각각 14억명 이상의 인구를 거느린 중국과 인도는 지난 70여년 동안 세계 인구 3분의 1 이상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두 ‘인구 대국’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가게 될 전망이다.
거대한 인구를 성장동력 삼아 ‘세계 최대 공장’ 역할을 담당해왔던 중국은 출생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결국 61년 만에 처음 인구가 감소했다. 반면 오는 4월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되는 인도는 앞으로 40년 동안 꾸준히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는 단순한 숫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의 인구 감소추세는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세계 최대 공장’의 지위를 중국으로부터 넘겨받게 될 인도는 인구 파워에 힘입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패한 산아정책, 결혼 포기하는 청년들…“중국 인구 감소 되돌릴 희망 없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구학자인 이푸셴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연구원은 “중국의 인구는 관리들이 예상한 것보다 9~10년 일찍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중국의 실제 인구학적 위기가 상상을 초월하며 과거 경제, 사회, 국방, 외교 정책이 모두 잘못된 인구 통계 자료에 기초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근본적 이유 가운데 하나로는 인구 정책의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급격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해 왔다. 이는 자연스럽게 성비 불균형과 출생률 저하로 이어졌고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은 이미 1987년에 23.3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걸었다.
당시만해도 별 문제 될 것이 없었던 중국의 인구 감소 위기가 감지된 것은 2000년 이후 연간 순증 인구가 1000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부터다. 이에 중국 당국은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고 2021년에는 세 자녀 출산을 허용했지만 뒤늦은 대응으로 인구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출산 장려책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와 도시 지역의 치솟는 물가, 집값, 양육·교육비 부담도 저출생의 주요한 원인이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의 한 해 혼인 신고 건수는 764만3000건으로 1986년 통계 발표 이래 35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베이징에 사는 장후이민(23)은 AP통신에 “집값이 비싸고 일자리는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나는 혼자 사는 것이 즐겁고 외로울 때 친구와 함께 지내거나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인구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학자인 허야푸(何亞福)는 “중국의 인구 감소세를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은 없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다만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더라도 중국이 2050년까지는 여전히 최소 12억5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할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캉이(康義) 중국 국가통계국 국장은 “전체 인구가 감소한다고 인구 배당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의 현재 총 노동 공급은 여전히 수요보다 많고 노동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인구 배당 효과는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높아져 부양률이 감소하고 경제 성장이 촉진되는 효과를 말한다.
이코노미스트도 “약한 중국 경제라도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라며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도 인구, 이미 중국 넘어선 듯…향후 수십년간 인구배당효과
예상보다 이르게 인구 정점을 맞이한 중국과 달리 인도는 앞으로도 40년 동안 꾸준히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정보분석업체 세계인구리뷰(WPR)는 2022년 말 기준 인도 인구를 악 14억1700만명으로 집계했다. 사실상 이미 중국을 500만명 가량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통계기관 매크로트렌드도 인도의 최근 인구가 14억2800만명이라고 밝혔다.
얖서 유엔은 2019년 세계 인구 전망에서 인도 인구가 중국을 넘어서는 시점을 2027년 쯤으로 전망했지만, 4년 정도 앞당겨진 셈이다.
인도는 중국이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던 1976년 무렵에야 처음으로 인구 정책을 내놓았으며, 사회적 반발 탓에 지속적인 산아제한 정책은 시행하지 못했다.
그 덕분에 인도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2.0명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구의 47%가 25세 미만이다. 향후 수십년 간 생산가능인구가 풍부한 ‘인구 보너스’ 혹은 ‘인구배당효과’를 누리리란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 인구 1위’라는 지위는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우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BBC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끼워달라는 인도의 요구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간 인도는 유엔 창립국으로서 자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인도 또한 고민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일자리 창출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은행의 2021년 자료를 보면, 인도의 생산가능인구는 9억명을 상회하지만 노동참여율은 46%에 불과하다. 같은 해 중국(68%)과 미국(61%)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19%에 머물렀다. ‘젊은 인구구조’의 한켠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10%에 도달한 고령화 역시 진행되고 있다는 점 또한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CMIE)는 “인도는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다. 신속하고 충분하게 고용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불안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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