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보안법’ 민주노총 압색···1명 수사에 건물 에워싸고 ‘에어매트’까지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서 간부 A국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18일 오전부터 일대는 경찰 병력으로 내내 통제됐다. 경찰 700여명이 철제 펜스를 동원해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 사옥 앞을 포위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소방은 건물 입구에 가로세로 폭 10m 가량의 추락 방지용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등에 ‘국가정보원’이라고 적힌 검은 점퍼를 입은 국정원수사관들과 경찰 수사관 30여명은 오전 9시쯤 압수수색 대상인 민주노총 간부 A씨가 일하는 13층 사무실에 진입을 시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막아서면서 50여분간 대치가 이어졌다. 가로 8~9m, 세로 3~4m의 13층 로비가 수사관들과 노총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13층 사무실 입구 철제 출입문을 빙 둘러 ‘윤석열정부 규탄한다’ ‘공안탄압 중단하라’라고 적힌 플랜카드 14장을 붙였다. 수사관들은 채증 카메라를 들었고 민주노총도 카메라를 들어 과정을 온라인에 생중계했다. 민주노총 측 변호인이 진입하려 할 때는 “출입을 왜 막느냐” “막지 않았다” 등 고성이 오갔다.
민주노총 측 변호인들과 국정원 인권보호관 등이 서로 영장을 확인하고 협의한 끝에 수사관 5명만 입장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나온 간부 A국장과 그의 물품 등만 수색하기로 했다. 서대문역에서 국정원 수사관들을 만난 간부 A국장이 오전 11시30분쯤 사무실에 도착해 영장을 직접 확인한 뒤 압수수색이 본격 시작됐다. 오후 12시20분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이 1층에 나와 브리핑하며 “경찰과 소방, 에어매트리스까지 동원해 과도하게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통상적인 국가보안법 사건 압색 과정을 이미 많이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피의자 4명 중 1명의 신체와 물건 등에 대한 수색이었지만 경찰은 경향신문 사옥 전체를 둘러싸고 전면 통제했다. 경찰 병력 700여명은 철제 펜스로 사옥 앞 정동길을 막고 통행하려는 이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사무실 직원 1명이 진입을 제지당하자 관계자들이 내려와 신원을 확인해줘야 했다. “열어줘야 가지, 우리가 뭐가 무섭다고” 직원이 경찰에게 말했다. 통행용으로 열어둔 서울시청 방면 인도로 시민들이 지나가며 의아해했다. 경찰 통제선 안에 있는 카페들과 식당 등에는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끊겼다.
압수수색은 11시간이 지난 오후 8시15분에야 끝났다. 압수과정은 오후 3시쯤 끝났고 양측이 압수물 확인과 조서 협의 등을 거친 뒤 오후 8시15분 조사가 종료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압수물품을 가져 나오는 국정원 수사관들의 옆에서 피켓을 들고 “공안탄압 규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국정원은 USB와 외장하드, 태블릿PC 등 디지털 물품 42종을 압수했다.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민주노총 회의록과 서류 등을 조정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 대변인은 설명했다. 포렌식은 현장에서 진행하기 어려워 추후 수사기관에서 당사자 등 입회 하에 포렌식이 이뤄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압수수색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도를 갖고 한참 노조 때리기로 지지율을 반등시켰는데 약발이 떨어지고, 남아있는 건 이 정권이 제일 좋아하는 색깔론과 이념 씌우는 편가르기”라며 “이렇게 여론과 나라와 사회를 두동강내는 게 대통령이 할 짓인가. 여기 편승해 기득권을 끝까지 유지하려 하는 국정원의 행태가 제대로 된 행태인가”라고 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과 간부 B씨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A국장과 B씨 등 4명이 국가보안법을 어기고 해외에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했다며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국가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내부에 압수수색을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이념, 색깔 덧씌우기 공작, 공안통치의 부활”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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