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중견기업만 제외해서 되겠나
최근 3년간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 최대주주는 지분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20% 가산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지난해 확정된 세법 개정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18일 발표했다. 경영자의 고령화로 기업 승계가 시급한 중견기업의 상속·증여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 최대주주가 상속·증여할 때는 실질 최고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상장·비상장 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 시가로 측정된 주식 평가액에 20%를 세금으로 더 내야 하는 할증제 탓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대부분의 중견기업은 할증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기업은 물론 최근 3년 평균 매출이 5000억원이 넘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견기업도 300곳에 육박한다.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는 매출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과 똑같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역차별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를 우려해 당초 정부는 전체 중견기업을 할증제에서 빼주려고 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프레임을 씌워 반대하는 바람에 법안이 누더기가 됐다니 어이없다.
현재 OECD 회원국 가운데 최대주주가 상속·증여할 때 일률적으로 가산세를 매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현행 상속세율로는 안정적인 기업 승계가 사실상 어렵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상속세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 승계를 포기하고 문을 닫는 기업도 적지 않다. 과도한 상속세는 세대 간 부의 이전을 막아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선진국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낮추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 승계의 길을 터주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우리도 상속세율을 확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제도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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