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반도체 포위 총공세 … 네덜란드는 신중모드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1. 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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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中수출통제 당부에
뤼터 총리, ASML 의식한 듯
"한걸음씩 나아갈 것" 선그어
美, 日과 中포위망 긴밀협의
韓·대만에 동참 촉구할 수도
얼마나 꽉 쥐었길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손을 잡자 뤼터 총리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일본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데 이어 대중 수출통제 참가 대상국 설득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미국과 온도차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외교정책 공조, 민주주의 정상회의 3월 개최 협력, 무역 투자 심화, 공급망과 국가안보 핵심 기술의 중요성 등을 협의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설명했다.

또 그는 대량살상무기나 인권 탄압에 쓰이는 중국 첨단기술의 발전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네덜란드 정부의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관측된다. 네덜란드에는 세계적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ASML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솔직히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네덜란드와 대서양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공급망 안전 문제도 협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뤼터 총리는 정상회담을 마친 뒤 네덜란드 현지 TV에 나와 "양국 협력 관계에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며 당장에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그는 "이 문제의 대상은 하나의 국가보다 더 크다"며 "우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와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리셔 스레이네마허르 네덜란드 통상장관은 현지 TV에서 "미국이 지난해 10월 새 규칙(대중 수출 규제)을 들고나오면서 논의 틀을 바꿨다"며 "우리가 이제 거기에 서명할 것이라고 봐선 안 된다. 우리는 안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새 규칙이 적용되면 ASML그룹 매출 중 약 5%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를 압박하지 않고 그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그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작년 10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칩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면서 '화웨이식 제재'와 같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까지 적용해 미국 기술을 사용한 제3국 생산제품의 중국 유입을 금지했다. 또 미국 정부는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FinFET) 기술을 사용한 로직칩(14㎚ 내지 16㎚)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장비·기술의 중국 판매를 제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군사안보 분야 지원과 함께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보호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방안에 대해 긴밀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17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미·일 경제안보 공조를 강조했다. 도미타 고지 주미 일본대사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협력과 관련해 "기술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몇 주 안에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와 램리서치,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3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반도체 포위망을 구축할 경우 동맹국인 한국과 대만의 동참을 촉구하는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강계만 특파원·서울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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