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아니고…' 김치프리미엄 수익 어떻게 가능했나?
기사내용 요약
4조원대 외화 해외 불법 송금 일당 기소
분업형, 기업형, 중계형 등 치밀한 범행
해외 공범 두는 분업형이 송금액수 최다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4조원대 외화 해외 불법 송금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7개월 동안 4조3000억원의 외화가 해외로 불법 송금된 것인데, 여기에는 해외 공범과 분업하거나 여러 개의 송금업체를 직접 운영하는 등 치밀한 범행 수법이 동원됐다.
18일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나욱진)와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국장 이민근)은 불법 해외송금 사건을 합동 수사해 주범 및 은행브로커 등 19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지난해 11월 기소한 피고인을 포함해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어간 이들은 총 20명이다. 이들 중 11명은 구속기소됐다. 해외로 도주한 1명은 지난 10일 지명수배됐다.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허위 무역대금 명목으로 4조3000억원에 이르는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렇게 송금한 돈으로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구매한 가상자산을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국내에서 비싸게 매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분업형 ▲기업형 ▲중계형 등 세 가지 유형의 범행 수법으로 외화를 해외에 송금했다.
'분업형'은 총책이 주도하는 가운데 재정팀과 송금팀, 해외팀이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총책의 송금 지시에 따라 무역회사로 자금이 지급되면, 중간책 또는 재정팀이 송금액과 수익 배분율, 허위 인보이스 양식을 송금팀에 전달하는 식이다.
송금팀은 허위 인보이스를 직접 작성해 은행에 제출해 송금을 신청하고, 해외팀은 이 돈으로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해 국내 코인거래소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았다.
가상자산은 이후 매각해 수익금 정산 후 재집금·해외송금을 반복하는 식으로 범행이 계속됐다. 송금팀 공범은 송금액의 0.3~0.5% 상당의 수수료를 배분 받고, 총책 등 재정팀과 자금제공자는 가상자산 매각 수익금을 정산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수법으로 활동한 A조직에 5개 업체, B조직 4개 업체를 적발했다. 이들의 송금규모는 A조직의 경우 5개 업체 2조원, B조직은 4개 업체 2000억원에 달했다.
총책이 관리직원을 두고 페이퍼컴퍼니들을 직접 운영하는 기업형 조직도 있었다. 기업형 조직은 허위 인보이스 작성 및 은행 제출·송금 신청 작업을 모두 총책이 담당했고, 해외팀은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해 국내 코인거래소로 전송하는 역할을 했다. 총책은 다시 가상자산을 매각해 수익금을 정산하고 재집금·해외송금을 반복했다.
분업형과 달리 기업형 조직은 총책과 자금제공자 사이 가상자산 매각 수익금이 일괄로 정산되는 방식이다. 이런 유형의 조직은 총 13개 업체로 이루어 졌고, 송금 규모는 1조원이었다.
해외 업체 간의 골드바 거래에 무임승차해 해외로 외화를 송금한 조직도 있었다. 이른바 '중계형'인 이 조직은 홍콩 X업체와 Y업체가 현지에서 골드바를 거래하는 것에 참여해 골드바 중계무역 대금을 가장해 해외송금을 반복하는 식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홍콩팀에서 국내 공범 가상자산 계정에 테더 코인을 전송하면, 국내팀이 테더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구입한 후 국내 코인거래소로 이전한다. 총책은 이 가상자산을 매각해 수익금을 정산하고, 골드바 중계무역 대금을 가장해 해외로 외화 송금을 반복하는 것이다.
해외 송금액 대비 96~98% 상당의 테더를 수령해 가상자산을 매입하고, 국내 매각 당시 실시간 '김치 프리미엄'에 상당하는 수익을 취득하는 식이다. 해당 조직은 총 3개 업체로 1조1000억원 규모의 외화를 송금했다.
검찰은 이들 조직의 무역회사로 입금한 계좌의 명의인을 총 256명으로 파악했다. 자금제공자들은 본인 내지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해외 코인거래소로부터 전송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무역회사로 입금하는 절차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제공자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진다. 수사팀은 "돈 맡긴 이들의 공모 여부 등을 세밀히 선별해 향후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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