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 4조 원대 불법 해외송금 일당 철퇴

손현성 2023. 1.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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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가 해외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싸게 팔리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4조 원대 불법 송금을 해온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56개 계좌로 돈을 모아 홍콩 등 해외로 4조3,000억 원대의 불법 송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 눈을 피해 가짜 송장을 작성하고 무역 대금처럼 해외 수취업체로 외화를 송금한 뒤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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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증빙자료 요청 않는 등 송금 절차 허점"
외환 영업 실적 경쟁 격화도 범행 반복 조장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싸게 팔리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4조 원대 불법 송금을 해온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나욱진)와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국장 이민근)은 총괄 관리자 A씨 등 11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은행 브로커 등 9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받아 지난해 9월부터 검찰 등이 합동수사한 지 4개월 만에 나온 수사결과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56개 계좌로 돈을 모아 홍콩 등 해외로 4조3,000억 원대의 불법 송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 눈을 피해 가짜 송장을 작성하고 무역 대금처럼 해외 수취업체로 외화를 송금한 뒤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였다.

이들은 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전송한 뒤 가상자산을 매각해 김치 프리미엄에 따른 수익을 올렸다. 불법 수익금은 재차 해외로 송금됐다.

검찰은 이들이 거액의 외화를 반복 송금하려고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고, 전직 은행원인 금융기관 브로커까지 동원했다고 밝혔다. 거래 은행 지점장들과 접촉, 송금계좌 한도와 환율 적용에 우대를 받아 범행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금융 브로커는 알선 대가로 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가 추가됐다.

검찰은 이들이 김치 프리미엄이 3~5% 정도일 때 송금해 1,200억~2,10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한 범죄수익 131억 원에 대해선 몰수와 추징보전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의 범행은 시중은행의 송금 절차에 허점이 있어 가능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은 320회에 걸쳐 1조4,000억 원이 송금되는 동안 송장 외 증빙자료를 요청하지 않았고, 담당 직원은 포상까지 받았다. 은행 본점 차원의 의심거래 보고(STR)는 있었지만, 이를 전달받지 못한 영업점은 계속 불법 송금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외환 영업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영업점은 외환 송금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됐다"며 "송금 사유나 증빙서류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범행이 반복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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