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어려워진 판교밸리, 노조 목소리 커진다
카카오·한컴 가입률 50% 넘어
성과급 갈등 넥슨도 35% 달해
"채용문 좁아지고 보상 줄어
노조 통해서 처우 개선 요구"
카카오와 넥슨 등 판교 정보기술(IT) 업계 회사 노조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그동안은 잦은 이직과 성과우선주의 성격이 강했던 영향으로 '판교=노조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IT업계가 이제는 코로나19 엔데믹과 경기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개발자 이직이 뜸해지고 성과 보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노조 가입 바람이 갈수록 거센 분위기다.
18일 IT업계에 따르면 업계 특성상 타 업계 대비 근로자 결집력이 낮았던 IT회사들을 중심으로 노조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IT업계는 노조 설립이 2018년 이후로 전체 산업권을 통틀어 늦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빠른 속도로 노조 몸집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다. 카카오 노조는 현재 한글과컴퓨터 등에 이어 사실상 과반 노조로 기정사실화된 곳이다.
카카오 노조 집계상 본사 기준 1900여 명이 노조에 가입하면서 가입률 50%를 달성했다. 지난해 6월 반기 보고서 기준으로 카카오 전체 사원은 3603명이다. 본사는 물론 계열사를 포함한 카카오 공동체 전체 노조 가입자는 약 4000명에 이른다.
다만 근로자 과반수의 산정 기준에 대한 명확한 지표가 없는 터라 카카오는 노동청 해석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카카오 노조가 과반 노조로 인정되면 공식화된 근로자 대표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 공동체 노조 가입이 급증한 배경과 관련해 카카오 경영진의 잇따른 실책이 사회적 논란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단순히 재택근무 해제에 따른 불만으로 노조 가입이 늘었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크루유니언은 2018년 10월 약 100명으로 시작한 뒤 교섭을 거치며 2020년 500명, 2021년 1000명 이상으로 성장했다"면서 "2021년 말, 2022년 이후에는 경영진의 리더십, 소통, 신뢰가 부족한 데서 빚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노조원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말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의 '지분 블록딜 매각' 논란에 이어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도와 잦은 최고경영자 교체 등으로 불만이 쌓였던 카카오 구성원들이 최근 출근제 발표로 급속도로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카카오는 본사 기준 근무 방식을 1년 새 4차례나 변경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기도 했다. 넥슨 노조(스타팅포인트)도 지난달 초 진행된 넥슨 전사 타운홀미팅 이후 노조 가입자가 300명 넘게 늘었고, 현재 노조 가입률은 35%대로 추정된다. 타운홀미팅에서 경영진은 역대 최대 매출을 전망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케이크 쿠폰' 한 장씩만 나눠 줬고, 급기야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있음에도 전원 전면 출근을 못 박으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IT업계 안팎에선 빅테크사 등을 중심으로 한 노조 가입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 노조에 가입한 한 IT 개발자는 "지금까지는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또 옮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컸지만, 이제는 이직도 어려운 분위기이고 성과급도 예년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회사 처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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