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정부 안은 굴욕”…꿈쩍 않는 일본

윤진 2023. 1. 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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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동원 정부 안 철회하라"…시민단체 반발 계속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오늘(18일) 오후 외교부 청사 앞에 모였습니다.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하라', '일본 위한 강제동원 해법 폐기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1,579차 수요시위를 마친 뒤, 외교부 앞까지 행진해 왔습니다.

외교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청사 진입이 막혔습니다. 담장 너머로 서한이 담긴 봉투를 던진 뒤 해산했습니다. 정부 방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외교부와의 소통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합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외교부에 '던져' 전달한 항의서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짓밟는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폐기하라!
▲ 외교참사만 일으키는 무능외교 중단하라!
▲ 한미일, 한일 군사협력을 위한 강제동원 졸속 해결 규탄한다!

정부가 추진중인 해결방안은 전범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줘야 할 배상금을 제3자(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가 대신 변제하는 방식입니다. 재단은 포스코 등 한일청구권협정자금 수혜기업들에서 기부금을 받아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입니다.

피해자들이 요구했던 전범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와 사과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12일 열린 강제동원 해법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정부 방안이 공식화 된 이후,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 단체 등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의기억연대,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오늘(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마친 뒤 외교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계류중인 사건도 '제3자 변제' 추진"…정부 방안 굳히기?

정부는 정부대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6일에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일본 외무성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한일 국장급 협의를 열었습니다.

정부는 공개 토론회에서 밝힌 방안이 확정된 '안'은 아니라면서도, 계속 진도를 나가고 있습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어제(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상금 지급 주체는 기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 검토중이라며, "지급 범위는 확정판결 3건을 우선 추진하되, 계류 중인 소송도 추후 유사하게 진행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3건(15명) 이외에,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67건(1000여 명)도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어제(1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역사를 지키는 광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금덕 할머니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도록 하는 정부 안을 반대한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여전히 반응 없는 일본

일본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분위기는 일본 언론에서 부분부분 감지됩니다. 오늘은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일본 정부는 재단이 원고(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을 끝낸 뒤 일본 기업에 변제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담보하는 것이 불가결하다고 보고 한국 정부의 작업을 주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배상금을 대신 지급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이후 전범기업에 배상금 반환을 요구하는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약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전범기업이 기금조성에 참여하더라도,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 차원이 아니라는 형식을 갖추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또,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상황에 변동이 생겨선 안 된다는 '보장'을 요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내부 우익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어 선뜻 움직이기 어려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와중에 일본의 우익 성향 매체인 산케이는 16일자 사설에서 "징용 문제의 피해 당사국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는 억지 주장마저 내놓았습니다.

산케이는 일본이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법에 응해선 안 된다며, "일본의 역사에 부당한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하는 한국 측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제동원 해법 관련 한일 정부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양국 내 다양한 목소리들이 더욱 거세게 표출되는 양상입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윤진 기자 (j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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