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숨통 SK그룹주 … 'V자 반등'은 아직
연말연초에 6조원 이상 조달
SK그룹 유동성 우려는 벗어
실적개선 여부에 주가 달려
"지주사 SK 자사주 소각 관심"
연초 이후 SK그룹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핵심 그룹사인 SK하이닉스가 연초 대규모 외화 자금을 유치하며 유동성 문제에서 한숨 돌렸지만 계열사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변수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여부도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SK 주가는 1.03% 하락한 1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SK 주가는 1.59% 상승했지만 코스피 수익률(5.9%)에 비해서는 그 폭이 낮다. SK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까지 떨어졌다.
SK그룹은 최근 핵심 그룹사들이 모두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유동성 측면에서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외화채 발행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자금 25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20억달러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154억달러가 몰리며 규모를 늘렸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조원 넘게 몰려들며 30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배터리사업 투자금이 절실한 SK온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작년 말 유상증자로 2조원을 마련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SK온이 미국 포드와 합작해 설립한 블루오벌SK도 미국 정부 정책자금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주가 흐름은 그룹사 실적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의 작년 4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6510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1조2270억원과 비교해 47%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종속회사의 순이익을 지분 비율만큼 반영한 지표로 지주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낸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의 부진이 뼈아픈 상황이다. 다음주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2851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4조2195억원) 대비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부진하면서 SK의 정보기술(IT) 부문 비상장 자회사인 SK실트론과 SK스페셜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SK실트론과 SK스페셜티 실적에서 SK하이닉스 의존도는 각각 18%, 23%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도 정유사업이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정제마진이 내려가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2253억원가량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인 SK에 대한 이익 기여도가 컸던 SK E&S는 한전 적자를 축소하려는 정부 정책이 변수다. SK가 지분 90%를 보유한 민간 발전사인 SK E&S는 전기 도매가에 상한을 설정하는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작년 말 도입됨에 따라 수익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SK E&S는 지난해 3분기에만 순이익 1조1692억원을 올리며 SK 실적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재무 구조에 대한 우려는 연초 반도체 세액공제 발표 등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도 "SK는 올해 반도체 부문 적자 해소와 배터리 부문 수율 개선, SMP 상한제 영향 탈피 등 다양한 과제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작년 9월 말 기준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24.4%가량이다. 최태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인 26%에 맞먹는 수준이다. SK는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2025년까지 매년 자사주를 시가총액 대비 1% 이상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돌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라이프자산운용이 SK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자사주 소각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 관점에서 효과가 미흡했다"며 "SK가 들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확실한 중장기적 부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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