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가 여기 왜?” 민원인들, 테크노마트서 ‘갈팡질팡’

조민정 2023. 1.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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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경찰서, 신축공사로 테크노마트에 ‘임시청사’
안내 ‘미흡’…문 닫은 경찰서 갔다 헛걸음
임대료 비싼 서울, ‘임시청사’ 구하기조차 힘들어
“임시청사, 안내 강화해 불편 최소화할 것”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테크노마트로 잠깐 옮겼다고 해서 왔는데, 1층 입구에 안내도 없고 어떻게 가는지 몰라서 엄청 헤맸네.”

안모(59)씨는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구로구청 옆 건물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다. 구로경찰서가 있던 곳이다. 안씨는 ‘임시청사로 이전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보고서야 경찰서가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임시 이전을 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막상 마트에 도착해서도 길 찾기가 어려웠다”며 “이 넒은 곳에 안내 표지판도 제대로 없어서 엘리베이터 찾느라 엄청 걸었지”라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18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지하 1층에 구로경찰서 임시청사를 안내하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공사중’ 경찰서로 헛걸음…복잡한 마트 속 경찰서 찾기

구로경찰서가 40년 된 건물을 헐고 신축공사에 돌입하면서 지난달 30일부터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에 세를 들었다. 새로운 청사가 완공될 때까지 3년간 업무를 볼 대임시청사가 필요한데, 400여명이 근무할 넓은 공간이 필요한 탓에 마트를 선택한 것이다. 임시청사를 찾던 중 테크노마트 한 층이 비었다는 소식에 이전을 완료했지만, 입점 가게가 많고 이동 인원이 많아 민원인들의 불편함이 가중됐다.

18일 이데일리가 찾은 테크노마트 지하 1층엔 ‘구로경찰서 5층, 전용 엘리베이터’라고 적힌 안내판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은 엉뚱한 방향이라 테크노마트를 처음 찾은 사람들에겐 ‘엘리베이터 찾기 삼만리’였다. 엘리베이터 6대 중 저층용 3대만 이용 가능한데 건물이 지하 7층까지 있어 탑승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적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경우 6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한층 내려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러 왔다는 김모(52)씨는 “엘리베이터를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빨리 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는데 오히려 더 돌아온 꼴이 됐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김씨는 “처음에 왔을 땐 입구에 표시가 안 돼 있어서 몇 층인지도 몰랐다”며 “임시로 지어진 곳이라 그런지 아직 어수선한 느낌”이라고 했다. 화장실을 가야겠다며 일어난 김씨는 “로비에서 대기하는 민원인은 6층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몸을 틀었다.

경찰서 이전 소식을 몰라 공사 중인 구로경찰서 청사에 갔다가 테크노마트까지 돌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헛걸음한 뒤 임시청사를 찾은 70대 A씨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청사에 갔다가 안내문 보고 다시 왔다”고 했다. 이모(49)씨 또한 “오자마자 경비한테 물어보니까 임시청사라 하던데, 경찰한테 엄청 투덜거렸지”라고 했다.

서울 구로경찰서가 임시청사로 이용 중인 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의 경찰서 로비 모습.(사진=조민정 기자)
서울 임대료 부담…임시청사 구하기 어려워

서울엔 노후한 건물의 경찰서가 많지만 땅값이 비싸다보니 넓은 새 건물로의 이사는 ‘언감생심’이고, 구로경찰서처럼 재건축을 하려해도 임시청사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수백 명의 경찰서 근무 인력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어야 하는데다 임대료 부담도 만만찮아서다. 공공 업무 시설로 용도변경도 가능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신축청사를 짓고 있는 종로경찰서는 종로구의 옛 면세점 빌딩을, 종암경찰서는 지난해 말 폐업한 찜짐발 건물에 ‘임시 둥지’를 틀기도 했다.

최근 신축을 마친 서부·방배·강서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울 경찰서는 지어진 지 최소 30년이 넘었다. 1982년 준공돼 40년이 된 구로경찰서와 중부·종로·서대문경찰서는 같은 나이다. 혜화(1977년 준공), 종암·용산(1979년 준공), 동작·서초(1985년 준공), 성동·양천(1987년 준공) 등도 준공된 지 30년이 넘었다.

안전·편의 등을 고려할 때 재건축이 필요하지만 역시 문제는 돈이다. 경찰청은 기획재정부로부터 한해 약 3000억원을 받아 경찰서 청사 이전·신축 등 국유재산관리기금으로 쓰는데, 서울 시내 경찰서 청사 이전·신축은 높은 부동산가격 탓에 예산이 쪼들린단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테크노마트 임시청사는 관할 내에서 잘 찾은 수준”이라며 “지방은 예식장이나 학교 등에 임시청사를 마련한 곳들도 있다”고 했다.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새 청사가 완공될 2025년 즈음까지 민원인 등은 임시청사로 찾아오셔야 한다”며 “경찰서로 오기 전 알 수 있게끔 민원인들에 안내를 더 강화해 이용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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