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 재편 불러올 기술혁신이 동시다발로

2023. 1.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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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만에 열린 CES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모두가 복지부동하고 있을 때, 3차 산업을 완전히 뛰어넘는 4차 산업혁명 지능화 시대의 발전 모습을 보여준 혁신의 전쟁터였다. 전 세계 3200여 개 기업이 참가했고 그중 우리나라 기업은 550여 개나 됐다. 삼성, LG, SK, 현대, 롯데 등은 큰 부스에서 첨단기술을 선보여 호평받았고, 스타트업들은 눈부신 기술력으로 CES 혁신상을 휩쓸었다. 우리 젊은이들의 약진은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향후 경영의 한 축이 될 ESG나 RE100을 그저 플라스틱 용품 줄이기 정도로 본다면, 2차 산업이나 3차 산업 수준의 마인드다. 태양광, 풍력발전도 기업은 물론, 캐리어 크기의 자그마한 태양광 패널이나 선풍기만 한 풍력발전기를 이용하면 개인도 친환경 클린에너지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최대 농기구 업체인 존디어가 선보인 거대 트랙터는 36m의 살포용 날개에 카메라와 센서를 탑재하고 농작물 사이를 지나가면서 농지와 식물의 생육 상태를 파악해 물이나 비료를 공급한다. 이 모든 조작은 자율주행으로 이뤄진다. 이것이 최첨단 ESG 농업 기술이다.

TV 산업은 흑백에서 LCD, LED, OLED로 얼마나 발전했느냐를 놓고 경쟁하곤 했으나 이젠 가정에 있는 모든 가전제품이 하나의 인공지능(AI)에 연결돼 사용자 생활 패턴에 따라 작동하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삼성과 아마존이 보여줬다.

이번 CES의 C가 Consumer가 아니라 Car라고 할 정도로 배터리와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밸류체인이 재편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기존 가솔린 부품업체들과 기술자들이 수년 내 사라진다는 뜻이다. 전기차가 보편화되면 제로백을 위해 탑재했던 무거운 가솔린 엔진과 내연기관들이 작은 모터, 배터리, AI 소프트웨어로 대체된다. 지금까지 가솔린 엔진 회사들이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자율주행 전기차로 전환에 사활이 걸려 있다. 독일을 필두로 한 기존 진입장벽을 일순간에 뛰어넘을 기회가 온 것이다.

대형 건설현장이나 물류센터에 사용되는 트럭, 지게차, 운반기구도 인상 깊었다. 캐터필러의 초대형 100t 트럭과 지게차는 무인 자율주행으로 운행된다. 수십 대의 트럭, 지게차들이 24시간 AI가 지시한 명령대로 운행된다면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간 보안 분야에만 활용된 홍채인식을 한국의 벤처기업이 건강 모니터링 솔루션에 적용해 혁신상을 받았다. 홍채 분석만으로도 채혈에서 얻는 정보는 물론, 뇌 건강까지 진단할 수 있고 그 결과가 클라우드에서 관리된다는 것이다. 또 변기와 매트리스 등에 부착된 센서들이 실시간 건강 상태를 분석해주는 원격의료의 새로운 장을 보고 나니, 연례 행사로 받던 건강검진을 대체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자폐아가 흥미를 느끼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게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레고, 치매 노인이 옆 사람을 만지면 전류를 감지해 악기 소리가 나는 제품 등 인구의 50%가 실버 세대가 되는 2050년을 준비하는 의료, 헬스케어 기업이 많았다.

스티브 코니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부사장의 기조연설처럼 기술 혁신은 인류가 직면한 경기침체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해줄 것이다. 기술 혁신이 인류의 발전과 기업의 영속성에 필연적인 요소임을 CES 2023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하면서 기업 생존의 명암이 갈렸던 때처럼, 지금이 바로 산업 재편의 변곡점이다.

[이경배 섹타나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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