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나경원·대통령실, 어긋난 '세심함'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10년에 펴냈던 자전적 에세이의 이름은 '세심'이다. '작은 일에도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 빈틈이 없다'는 뜻이다. 책에서 나 전 의원은 세심함이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작은 일일수록 세심함을 더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가 세심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7일 오전 페이스북에 자신의 해임이 윤석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부 참모가 왜곡된 보고를 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같은 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의 반박 공지가 올라왔다. 대통령실과 자신의 대립 구도가 이어져온 상황에서 확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 탕감 및 면제' 발언도 정부 정책 기조에 호응하는지와 이후 벌어질 정책 혼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대통령실 대응은 오히려 너무 세심해 문제가 됐다. 이례적인 행보의 연속은 집권 여당 전당대회 과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란 비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대통령실은 평소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특정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요청받으면, 일일이 답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예외였다. 나 전 의원 발언에 이례적으로 안상훈 사회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선 긋기에 나섰고, 익명의 고위 관계자가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대통령실은 정식으로 사직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절차를 문제 삼았다. 이후 나 전 의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당일 오후 해임이 결정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세심' 책 저자 소개에서 "'자리에 욕심내지 말고 일에 욕심내자'는 소신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적었다. 자신이 밝힌 소신을 증명해야 최근 본인에게 제기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기보다 3대 개혁 등 국정과제에 집중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박윤균 정치부 gy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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