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지정학 리스크 넘으려면 … 한국, 美주도 안보동맹 핵심돼야
니블릿 채텀하우스 소장 대담
경제·안보분리 美에 확신줘야
폴란드·핀란드 K방산 수출은
한미동맹 연대감 키우는 효과
시진핑 입지가 亞지정학 변수
경제 불안땐 외교적 수단쓸듯
대만침공·北도발 방치도 가능
"한국이 유럽을 돕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진정한 동맹국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1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2023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현장에서 대담을 나눈 로빈 니블릿 채텀하우스 소장이 미증유의 지정학적 위기에서 한국이 '대서양 태평양 파트너십(Atlantic Pacific Partnership)'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의 동맹 관계를 넘어 미국이 구축한 안보동맹 진영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니블릿 소장은 영국 외교정책과 유럽 정치·경제·안보 전문가로, 2007년 세계적 싱크탱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영국 채텀하우스 소장에 부임했다.
그는 "유럽인은 미국이 유럽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동아시아 안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동아시아인 역시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해 러시아에 맞서 미국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국이 폴란드와 핀란드 등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미국에 '한국이 미국과 안보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니블릿 소장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치권에서는 동맹국들이 미국에 무임승차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만약 한국과 일본이 미국 뒤에 숨어 있고, 미국이 모든 안보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각국의 안보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
▷장대환 회장=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로빈 니블릿 소장=결국 남한과 북한 같은 교착상태로 가게 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4개 주(州)를 합병했지만 그중 한 개 주는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푸틴이 지금 이 전쟁을 중단한다면 그것을 결코 종전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통제하지 못하는 영토가 있는 한 결코 푸틴은 패배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미래에 대한 전쟁이라고 믿고 있다. 국경이 어디가 될지는 나중에 결정되겠지만 나는 유감스럽게도 이 전쟁이 2024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 회장=다보스포럼 현장에 와서 유럽 정치인이 이번 전쟁을 '푸틴의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푸틴 대통령이 물러나고 러시아와 이 지역에 평화가 돌아올 수 있을까.
▷니블릿 소장=서방 세계가 푸틴을 제외한 누구와도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푸틴을 대신한 새로 온 지도자가 설령 민족주의자이고, 우크라이나 4개 주를 병합하기를 원한다 해도 그렇다. 결국 푸틴이 어떻게든 제거돼야 하지만 나는 그 시나리오가 떠오르지 않는다.
▷장 회장=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서 어떤 종류의 교훈을 얻었을지 심히 염려된다. 그들이 한국과 대만을 공격할 만큼 더 과감해질 수 있다고 보나.
▷니블릿 소장=한국은 영토 안에 미군이 있고, 한국 자체 방위 체제도 있다. 이것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본다. 대만과 우크라이나의 유사점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중국 해안선을 따라 있는 대만의 작은 섬들은 대만 본섬보다 대륙과 더 많이 연결돼 있다. 중국은 전면전을 할 필요 없이 작은 섬들을 기반으로 대만을 위협해보는 일을 감행할 수 있다.
▷장 회장=중국이 정말로 대만을 점령하기를 열망하고 미국이 이를 용인한다면 미국의 (외교 전략적) 방어선이 한국으로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니블릿 소장=코로나19 봉쇄가 철폐되고 올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른다면 시 주석은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고 대만 관련 정책에 억지로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중국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면 시 주석은 힘을 만들기 위해 외교정책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이 불안감을 느낀다면 북한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2021년 8회에 불과했던 미사일을 지난해 70여발 이나 발사했다. 미국과 싸우고 있고 러시아와 함께 서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입지까지 불안해진다면 중국은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도록 내버려둘 가능성이 크다.
▷장 회장=이런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동맹 7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한데 한미동맹의 방향은 어떻게 예상하나.
▷니블릿 소장=문제는 지금 미국이 지정학적 차원의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을 분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에 매우 화가 난 상태다. 한국과 유럽은 미국에 동맹국으로서 요구를 하지만 미국의 답변은 '우리는 동맹국이 맞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일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2024년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그는 일자리가 전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장 회장=유럽과 한국도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을 분리해 대응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일본도 궁지에 몰린 것 같다.
▷니블릿 소장=없다. 결국 우리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게 될 것이고, 미국과 같은 유연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안보 전략에서 분리하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특별취재팀=다보스/김대영 부국장·윤원섭 뉴욕특파원·김동은 차장·유준호 기자·김영호 MBN 기자·서울 김덕식·백상경·박민기 기자·조예진·이지영·박건우·김민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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