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다시 '출석할 결심'…"당당히 맞선다" 檢 악재에 승부수

"정치검찰, 역사가 평가" 결백 강조…불응시 '이재명 방탄' 부담도 고려
"변호사 한 분 대동"…당·개인 리스크 분리 비이재명계 요구 반영한 듯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정윤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다시 한번 검찰 소환 통보에 출석을 결정하면서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에 나섰다.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으로 결백을 주장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8일 마포구 망원시장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아무 잘못도 없는 제게, (검찰이) 또 오라고 하니 제가 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점심까지도 최측근 참모와 지도부 등 주변의 여론을 폭넓게 들은 뒤 결심했다고 한다.

시장 방문에 동행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저도 갑작스럽게 들었다"며 "(이 대표) 혼자 고독한 결단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애초 지도부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이미 한 차례 출석한 만큼 이번 소환에는 응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모욕주기'에 가까운 행태인 만큼 검찰 의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재차 검찰에 출석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세간에 제기된 의혹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이 대표의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기자들에게 "민간이 아닌 공공 개발을 해서 그 이익을 조금이라도 환수하려고 노력했고, (그 이익을) 성남시민을 위해 환수한 게 배임죄인가"라고 말한 게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한 검찰 출석 결정을 국회에서 밝혔을 때와 달리 시장에서 다수의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정치검찰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출석 의사를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오는 27일에 출석하라는 통보에 맞서 "주중에는 일해야겠으니 28일 토요일에 출석하겠다"며 검찰에 호락호락하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이 대표로서는 검찰에 출석하지 않고 버텼을 때 자신과 당이 감당해야 할 부담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었다.

검찰에 맞서 뚜렷하게 대립각을 세워 온 그간의 태도와 배치될뿐더러 증거인멸 우려 등을 사유로 검찰이 체포영장을 들이밀 경우 당은 순식간에 '방탄 프레임'에 갇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결심은 그간 이 대표 개인과 당의 리스크를 분리해야 한다는 비명(비이재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 10일 검찰에 출석할 당시 지도부를 비롯해 40여 명의 의원이 동행한 것을 두고 여당에서 '조폭 같다'고 비난한 것은 물론, 당내의 일부 의원조차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 당 국회의원들은 당무와 국정에 충실하시기를 바란다"며 "제가 변호사 한 분 대동하고 가서 당당하게 (검찰에)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정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본인 생각이 그러해도 지도부가 어떻게 할지는 긴급히 회의를 해봐야겠다"고 하는 등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동행할 가능성은 있다.

이 대표 측이 이번 결정에 대해 '사즉생'의 결단이라고 자평하는 가운데 비명계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잘한 일"이라며 "(이 대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해소하고, 우리는 민생과 정치 개혁을 위해 앞장서 나간다면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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