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을 만든 사람들] 8년 국대 사령탑, 韓골프 전성기 이끌어
박상현 김효주 이소미 등 스승
선수들, 존경하는 마음 담아
여전히 "감독님"으로 불러
"제자 키우는 열정 점점 커져
경계해야 하는 건 보상심리
성공 수단으로 봐선 안돼"
'감독'이란 단어는 축구와 야구 등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많이 쓰인다. 골프는 예외다. 프로골퍼들을 키우는 지도자들은 프로와 코치 등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 골프계에는 유일하게 '감독님'으로 불리는 특별한 지도자가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부회장인 한연희 스윙코치다.
한 코치가 감독으로 불린 건 한국 골프 국가대표팀을 이끌 때다. 2003년 6월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2011년 12월까지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을 지도했다. 처음부터 감독이었던 건 아니다. 코치로 1년간 경험을 쌓은 그는 2004년에 감독이 됐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한국 골프계에서 감독님으로 불리는 건 한 코치밖에 없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에도 감독님으로 불리는 건 선수들의 존경심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감독 시절 한 코치는 한국 아마추어 골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전 종목(남녀 개인·단체) 석권, 국가대항전 네이버스컵 7차례 우승 등이 한 코치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이룬 업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비는 이경훈(32)과 김경태(37), 강성훈(36), 유소연(33), 김민휘(31)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도 키웠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반납한 뒤에도 수많은 스타 골퍼들을 키워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18승을 거둔 김효주(28)와 KPGA 코리안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 박상현(40), 이소미(24) 등이 대표적이다. 한 코치는 "프로골퍼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돼 정말 행복하다"며 "제자들이 잘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 지도자가 되기를 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1988년 프로가 된 그는 코리안투어 등을 누비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그러나 허리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경기에 집중할 수 없게 된 그는 고심 끝에 지도자가 됐다. 한 코치는 "제자들처럼 나도 한때 투어에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선수였다. 그러나 허리 부상을 당해 선수의 꿈을 접게 됐다"며 "이렇게 오랜 기간 지도자로 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도자 전향을 고민했던 21년 전으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지도자 생활 21년 차가 된 한 코치는 매년 선수들에 대한 열정이 커진다고 밝혔다. 그는 "비시즌에는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고 시즌 중에는 대회장과 연습장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지만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이 싹 가신다"며 "신기하게도 선수들을 지도하는 게 점점 재미있다. 나를 믿고 찾아와주는 선수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코치는 '모범 리더십'을 실천한 지도자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제자들이 믿고 따른다는 게 한 코치의 생각이다. 그는 "지도력이 뛰어나도 선수가 신뢰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선수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고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며 "큰 꿈을 꾸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제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자가 된 뒤 가장 경계하는 한 가지는 '보상심리'다. 한 코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그에 부합하는 대가를 바란다. 그러나 지도자는 보상심리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며 "제자들을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수의 성격과 체형 등에 맞춰 지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 코치가 제자들에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건 '정직'과 '노력'이다. 한 코치는 "골프처럼 정직한 운동이 없다.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로 나오는 게 골프"라며 "골프에 있어서는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목표를 갖고 노력하면 누구나 다 휼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한 코치는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아카데미를 차리는 것이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전 세계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훈련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연습 그린과 어프로치 그린 등이 있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 그리고 꼭 언젠가는 골프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골프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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