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가는 미중 관계…잇단 대화 속 반도체·대만 문제 견제 지속

이종섭 기자 2023. 1. 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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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물리아호텔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악수를 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발리 | 로이터연합뉴스

새해 들어 미·중 관계가 냉탕과 온탕 사이를 숨가삐 오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잇단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반도체와 대만 문제 등에 있어 대중 견제를 지속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강조해 온 ‘적대·경쟁·협력’이라는 세 가지 틀의 대중 관계가 더욱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갖고 거시 경제와 금융 정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에 앞서 미 재무부는 양측이 거시 경제 발전을 비롯한 기타 경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도 이번 회담이 거시 경제와 금융정책 조율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과 류 부총리는 그동안 세 차례 화상 회담을 했지만 대면 만남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달에는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다음 달 5~6일 베이징을 찾아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블링컨 장관 방중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중국은 시종일관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상생의 3원칙으로 중·미 관계를 대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하도록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특사와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특사가 화상회담을 갖고 기후변화 논의를 위한 글로벌 다자 프로세스 추진 협력 등의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새해 들어 이어지고 있는 이 같은 양국 간 고위급 대화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양국 정상 간 첫 대면 회담의 후속 조치 성격을 갖는다. 양국 경쟁이 충돌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에 따라 갈등을 관리하고 일종의 ‘가드레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후 고조됐던 양국 간 긴장 관계도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반도체와 대만 문제 등을 놓고는 대중 견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를 거론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취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가 있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협력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앞서 지난 14일부터 4일 동안 대만과는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에 관한 2차 협상을 진행했다.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대중 견제 성격의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대만을 배제하는 대신 별도로 추진하는 양자 간 무역 협상으로 중국의 경제적 강압 행위 등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연말 대만에 추가적인 무기 판매를 허용하고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대만에 무기 구입 비용을 융자 형식으로 지원키로 하는 등 군사적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중국을 도전 과제로 인지하고 있고 충돌을 예방·차단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을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필요시 우리는 싸울 것이고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적대·협력·경쟁이라는 대중 관계의 틀을 점점 더 분명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탈동조화(디커플링) 우려 속에서도 양국이 교역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지난해 1∼11월 수출입 규모와 지난 5년간의 12월 평균 교역량을 토대로 지난해 미·중 교역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거나 최대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워싱턴 정가에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가 ‘초당적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 선임연구원은 “(미·중이) 기술전쟁을 하면서 나머지 모든 것에 대해 왕성한 교역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 내 직감은 ‘그렇다’이다”라며 “이는 경제적 효율성에 기반한 것이고 기업들이 원하는 것이며 레토릭이 어떻든 미국의 정책이 그 길(가혹한 디커플링)에 이를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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