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올해 CPI 둔화 더디겠지만…성장 악영향 고려"(종합)
부동산 불안엔 "위기 온다고 과장할 상황은 아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의 중심축이 물가안정 쪽으로 쏠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경기와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한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부동산 발(發) 금융 위기가 온다고 과장되게 얘기할 상황은 아니나, 부동산 시장의 부드러운 연착륙을 유도할 통화정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금융안정과의 상충(trade-off)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이 총재는 올해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과 이를 모두 포함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지표 사이에 서로 다른 흐름을 예상했다.
이 총재는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은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반면) 유가 수준이 작년보다 낮아지더라도 한국의 경우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올해 전기·가스요금 등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운영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전체 CPI의 오름세 둔화는 더디게 나타나지만 근원 인플레는 둔화되는 복잡한 특징에 대해, 시장에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올해 금융안정과 관련해서도 시장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한국의 부동산 발 금융안정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나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단기적으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 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의 은행들은 자본이 충분한데다 가계여신의 상당 부분이 엄격한 규제를 받는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고 이들 자산의 건전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부동산 등 금융안정 문제는 "통화정책 결정을 더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이 총재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의 단기부채·변동금리 비중은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만기 1년 이하인 가계부채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며, 변동금리 비중은 8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통화긴축,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소비지출과 경기 민감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금리 인상 효과의 누적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간에 상충 관계가 커질 수 있고, 이는 통화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정교한 통화정책과 소통이 요구되는데, 그 배경에는 △근원 인플레와 대표 물가 지표 사이의 차별화된 흐름 △금리 인상 지속에 따른 물가와 경기 간 상충 관계 확대 △이 같은 상충 효과를 더욱 키우는 부채 구조 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경기·부동산 등을 모두 고려한 통화정책의 강조가 자칫 한국 금융안정 상황에 관한 우려를 키우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모두발언 이후 질의응답에서 '한국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금융기관 건전성으로 볼 때 어려운 시기일 수 있지만, 위기가 올 거라고 과장해 얘기할 것도 아니다"라면서 섣부른 위기론을 물리쳤다.
단,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이 가질 수 있는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다"라며 "부동산 경기 하강과 관련해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 자체가 더 어려움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한국에 가계부채 부채 비율이 높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약점이 있기에 이 기회에 부동산 연착륙을 하려는 노력을 하고 한은이 정부와 함께 정책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사이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물가에 중점을 두되 경기·금융안정도 살피겠다는 종전 발언을 되풀이했다.
그는 "작년엔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었기에 성장이나 부동산 등을 걱정하기보다는 물가 안정이 우선순위였다"면서 "(반면) 올해는 5%로 시작해 연말 3% 정도로 물가 오름세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예상대로 물가가 조정된다면 물가 안정을 주 목적으로 하지만 성장과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한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가 생각한 경로보다 물가가 안 떨어진다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생각하는 경로보다 물가가 내려간다면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는 성장과 금융안정을 고민하며 보겠다"며 "새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에 맞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기준금리 결정 이후 금리 동결 전망이 강해지면서 시장 금리가 하락한 데 대해서는 "예상했던 바"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경기 둔화에 따라 "단기 금리보다는 장기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기준금리는 올라도 2~3년 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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